'탁구게이트'에 이어 '카드게이트'...풍파 자초하는 축구협회

박연수 2024. 3. 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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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사진=연합뉴스


'탁구게이트' 폭풍을 겨우 지나니 난데없이 '카드게이트'라는 암초에 부딪혔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비 기간 축구협회 직원과 일부 선수들이 카지노에서 쓰이는 '칩'을 놓고 '카드 게임'을 했다는 추문에 휩싸였습니다.

오늘(14일) 축구협회 조사 내용과 축구협회, 축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시안컵을 앞두고 1월 3일부터 10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진행한 전지훈련 중 일부 선수와 직원 A씨가 한국에서 가져온 칩을 사용해 카드놀이를 했다고 합니다.

A씨는 현장에서 선수단 지원 업무를 맡은 팀장급 직원이었습니다.

다양한 나이대의 선수가 카드놀이에 참가했습니다. 다만, 고참급이라 할 만한 선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체로 1996년생보다 어린 나이의 선수들이었습니다.

축구 협회. / 사진=연합뉴스


전지훈련 중 일부 선수들과 지원 스태프 사이에 작은 갈등이 있었는데, 이를 푸는 과정에서 휴게실에서 카드놀이를 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축구협회는 소집 기간이 긴 대회에 참가할 때 선수들이 자유롭게 숙소 내에서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카드, 장기, 바둑, 보드게임, 비디오게임기가 비치된 휴게실을 운영해왔습니다.

카드놀이를 한 것 자체는 문제가 될 게 없는 행동입니다. 돈을 걸고 했다고 하더라도 그게 '내기' 수준의 소액이라면 용인될 법합니다.

판돈이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크게 잃은 참가자가 4∼5만원 수준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축구협회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정몽규 협회장, 임원회의 결과 발표. / 사진=연합뉴스


축구협회는 카드놀이를 하게 된 과정, 판돈의 액수 등을 놓고 볼 때 이들이 '도박'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내부적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축구협회는 "선수들이 음료 내기 등을 위해 돈 계산을 하는 등 소액의 내기를 한 적이 다수 있었다"면서 "(이번 사건은) 도박성 행위와는 엄연히 다른 부분"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대체 '카지노 칩'이 어떤 경위를 거쳐 현장에 있었느냐입니다.

칩을 활용해 카드놀이를 하는 것은 없이 하는 경우와 전혀 다르게 외부에 비칠 수 있습니다. 진짜 '도박'처럼 보일 수 있고, 실제로 팬들도 이 사건을 그렇게 바라보는 분위기입니다.

'64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원정길에 오르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 칩을 선수단 숙소에 가져간 것 자체가 매우 비상식적인 행동입니다.

축구협회는 지난달 2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의 직위를 해제했습니다. 이를 위해 자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카드놀이에 대한 도박성 여부 등을 판단했습니다.

축구협회는 A씨와 주변 직원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해 A씨에 대한 징계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추가 조사 과정에서는 A씨가 어떤 의도와 경위로 칩을 현장에 가져간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내야 합니다.

축구협회는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 전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며 '하극상'을 벌인 '탁구게이트' 사건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카지노 칩. / 사진=강원랜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태국과 2연전으로 열리는 3월 A매치에서 이강인을 선발할지에 대한 선택을 황선홍 임시 감독에게 미뤄 탁구게이트 논란이 명단 발표일인 11일까지 지속하도록 만드는 '자충수'를 뒀습니다.

이번 '카드게이트'가 촉발된 과정을 낱낱이 밝혀내지 못하고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면, 축구협회에 대한 팬들의 신뢰는 정말 바닥이 날 수 있습니다.

한 축구협회 직원은 "점점 축구협회가 일반의 상식과 동떨어진 조직이 되어가는 느낌"이라면서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명확한 조사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탁구게이트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점을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이번 '카드게이트'로는 축구협회 내부 기강 역시 느슨해졌다는 게 여실히 드러난 만큼, 조직 관리 차원의 대책도 필요해 보입니다.

[박연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younsu4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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