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경영’ 선택한 효성 [한양경제]

이창원 기자 2024. 3. 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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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2개 지주사로 개편
㈜효성-㈜효성신설지주 분리
1·3남 후계 정리 차원 분석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상 부회장(오른쪽)

‘백년기업’을 기치로 내걸었던 효성그룹이 지주사를 쪼개어 재편하는 ‘인적분할’ 카드를 선택했다.

장기적으로 그룹의 역량을 크게 두 개의 축으로 나누는 계열 분리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지만, 이른바 ‘형제의 난’을 통한 후계 구도 갈등으로 내홍을 겪는 효성그룹으로서는 그룹의 영속성을 지켜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조현준 회장과 동생인 조현문 전 부사장 간 소송은 ‘현재진행형’이고, 막내 조현상 부회장 역시 지속적으로 조 회장과 지분경쟁을 벌여왔던 만큼 이른바 ‘오너 일가 리스크’ 재발을 막는 조치로 해석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효성은 이사회에서 그룹을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고, ㈜효성과 ㈜효성신설지주(가칭)을 각각 조 회장과 조 부회장에 맡기는 계획을 결의했다. 재계에서는 이는 사실상의 형제 간 분리경영 선언이자 계열 분리 수순으로 보고 있다.

다만, 조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서울상공회의소 정기의원총회’에 참석해 “향후 경영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계열 분리 등의 내용도 포함할지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신규 지주사 설립 관련 절차가 남아 있어 말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분리경영이 시작되면 조 회장은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효성ITX △효성TNS △효성FMK 등을, 조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홀딩스USA △효성토요타 △비나물류법인(베트남) △광주일보 등을 이끌게 된다.

효성은 한국거래소에 지주회사 체제 재편 등을 담은 신청서를 제출해 심의 절차를 밟고 있고, 두 형제 간의 지분 정리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의 한 축을 맡을 조 부회장이 자신과 함께할 인적 구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 관측된다. 지난달 23일 효성 공시에 따르면, 안성훈 효성중공업 전력PU 총괄 부사장, 신덕수 전략본부 임원이 가칭 ㈜효성신설지주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조 부회장이 계열사 근무 당시 호흡을 맞췄던 인사들이다.

조 회장도 효성중공업 대표이사로 관료 출신인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신임 사내이사는 박남용 건설PU장 전무, 효성티앤씨 사내이사로는 정준재 나이론폴리에스터원사PU장 상무 등을 선임하는 등 새롭게 진용을 갖추는 모습이다.

효성의 인적분할은 오는 6월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 7월 1일자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효성의 인적분할 결정에 대해 재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을 우려한 조석래 명예회장이 고심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은 그동안 형제간 경쟁을 유도하며 후계자의 능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본인의 존재감을 보여왔다”며 “1935년생인 조 명예회장은 고령인 만큼 후계 구도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원 기자 mediaeco@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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