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녹음파일② “염치불고하고 부탁하자, 의원님께 필요한 건 현금”
뉴스타파가 입수한 86개 '정우택 녹음파일'에서 정우택 후보의 그간 주장을 뒤집는 내용들이 확인됐다. 정우택 후보 측이 충북지역 사업가 A씨로부터 불법정치자금으로 보이는 돈을 받아 챙긴 정황 등이다.
지난 2월, 정우택 후보는 사업가 A씨로부터 사업 청탁과 함께 돈봉투를 건네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2022년 10월 A씨에게 돈봉투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받은 즉시 돌려줬다. ▲이후 A씨가 보좌관을 통해 후원금 계좌를 먼저 물은 뒤 정식 후원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식 후원금 외에는 별도로 받은 돈이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86개 '정우택 녹음파일'을 분석한 결과, 정 후보가 사업가 A씨에게 돈봉투를 돌려준 정황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정식 후원금과는 별도로 사업가 A씨가 정우택 후보 측에 추가로 현금을 건넨 정황이 확인됐다. A씨가 정우택 보좌관 임 모 씨에게 먼저 후원금 계좌를 물은 흔적도 없었다. 사업가 A씨에게 후원금을 먼저 요구하고 후원 계좌를 알려준 사람은 정우택 보좌관 임 모 씨였다.
뉴스타파는 '정우택 돈봉투'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충북인뉴스와 공동으로 86개 '정우택 녹음파일'을 입수해 취재했다.
“염치불고하고 부탁할게...우리 의원님 후원금 좀 내줘라"
충북지역 사업가 A씨는 2022년 3월 정우택 의원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당시 정 후보는 청주시 상당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상태였다. 이후 A씨는 정우택 의원실 보좌진들과 수시로 통화하고 만났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정우택 녹음파일'은 2022년 5월부터 돈봉투 의혹이 제기된 최근까지의 기록이다.
A씨가 정우택 후보에게 CCTV에 찍힌 돈봉투를 건넨 건 2022년 10월 1일이다. A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돈봉투를 돌려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돈봉투 사건 직후 일부 언론에 "돈봉투를 돌려줬다"고 말한 건 정우택 보좌관 임 모 씨의 회유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어제(13일) 뉴스타파는 정우택 보좌관의 회유와 언론공작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한 바 있다.(정우택 녹음파일① “돈 돌려받았다고 인터뷰해라”... 사업가 회유, 언론공작 의혹)
A씨 주장에 힘이 실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뉴스타파가 86개에 달하는 '정우택 녹음파일' 전체를 분석한 결과, A씨가 정 후보 측에 돈봉투를 돌려준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정 후보 측이 A씨에게 후원금 납부와 추가 현금 상납을 요구한 정황이 확인됐다.
2022년 10월 7일, 정우택 보좌관 임 모 씨가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시작되자 마자 그가 꺼낸 말은 "내가 염치불고하고 부탁 좀 할게. 우리 의원님 후원금 좀 내줘라"였다. 이어 "내가 후원 계좌를 사진 찍어서 보낼 테니까 100만 원 단위로 해서 형편대로, 이거는 저기 회사명으로는 못 넣는 거거든"이라며 A씨에게 후원 금액까지 지정해줬다.
"가려운 데 긁어줘...의원님께 제일 필요한 건 현금" 후원금과 돈봉투 요구
같은 날(2022년 10월 7일) 통화에서 임 보좌관은 후원금과 별도로 자신에게 현금을 달라고 A씨에게 요구한다. "사실은 이제 의원님 제일 필요한 건 현금이지 뭐, 그러니까 왜냐하면 자기가 그렇게 의정 활동하려면 필요한 게 많은데"라며 현금이 필요한 이유를 댔다. 이에 A씨는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면 후원금까지 포함해 현금으로 드리겠다"는 취지로 답한다. 임 보좌관은 "저기 성의상으로 그거(정식 후원금)는 그걸로 하고, 그게 사실은 제일 가려운 게 그거(현금)요. 그거 이제 긁어주는 게 제일 믿을 사람한테만 하는 거 아니야"라며 재차 현금을 요구한다.
"돈봉투 돌려줬다" 정우택 후보 거짓 해명 의혹...반론 요청에는 묵묵부답
A씨와 정우택 보좌관 임 모 씨가 나눈 통화녹음 내용과 A씨 주장을 정리하면, 2022년 10월 경 A씨가 정우택 후보 측에 건네 돈은 ▲CCTV에 촬영된 돈봉투 100만 원(10월 1일) ▲임OO 보좌관에게 건넨 돈봉투 100만 원(10월 9일) ▲정식 후원금 300만 원(10월 10일)으로 총 500만 원이다. 정우택 후보의 해명과 같이 "돈봉투를 즉시 돌려줬고, 이후 A씨가 스스로 정식 후원금을 냈다"고 해석할 만한 대화는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녹음파일 내용에 따르면, 정식 후원금과는 별개로 정우택 후보 측이 사업가 A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불법정치자금을 현금으로 받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타파는 정식 후원금 외 불법 정치자금이 정우택 의원 측에 상납된 정황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정 후보 측에 입장을 물었다. 정우택 후보는 "오히려 자신이 먼저 수사를 의뢰했으니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면서 “일방적 주장과 편집된 대화 내용을 부각해 보도하는 것은 27일 밖에 안 남은 선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아 달라”고 답했다. 임 보좌관도 "경찰이 조사하고 있으니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
뉴스타파와 충북인뉴스의 '정우택 녹음파일' 공동 보도 하루 만인 오늘(14일), 국민의힘은 정우택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2차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밝혔다. 정 위원장은 "정우택 후보에 대한 불미스러운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강조해 온 국민 눈높이 및 도덕성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관위는 해당 선거구에 서승우 전 충북 행정부지사를 우선 추천(전략 공천)하기로 했다.
뉴스타파는 국민의힘의 결정과는 별개로, 현직 국회부의장인 정우택 의원의 돈봉투 의혹과 관련된 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