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가 정치를 지배하는 시대"…신간 '보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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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아의 귀족 조제프 메스트르(1753~1821)는 프랑스 혁명군이 고국을 침범하자 피난길에 올랐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이 같은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우파에 정당 정치적, 지적 틈새가 생겼고, 그 틈을 비집고 도널드 트럼프로 대변되는 강경우파가 등장했다.
그런 보수주의의 변신은 변화에 민감하고, 주변 말을 잘 들어 실행에 옮기는 역량 있는 정치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는 보수주의의 위기이기도 하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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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사부아의 귀족 조제프 메스트르(1753~1821)는 프랑스 혁명군이 고국을 침범하자 피난길에 올랐다. 그는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떠돌며 수년간 방랑했다. 그는 경제적 궁핍 속에 하인의 수프를 먹어가며 혁명을 비판하는 책을 줄기차게 써댔다.
그가 보기에 혼란스러운 세상을 바로잡으려면 권위가 필요했다. 그 핵심은 종교였고, 신정(神政)이 최선의 정부형태라고 판단했다. 그는 "권위에 대한 복종은 믿음 때문이든 두려움 때문이든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이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무정부 상태에 빠져들기 쉽다"고 강조했다.
메스트르가 주장한 '권위와 복종'은 보수주의 뿌리 중 하나다. 그의 유산은 샤를 모라스, 조르주 소렐, 카를 슈미트를 거쳐 최근 유행하는 우파 대중영합주의자(포퓰리스트)에게까지 이어졌다.
영국 언론인 에드먼드 포셋이 쓴 '보수주의'(원제: Conservatism)는 프랑스 혁명 이래로 본격화하기 시작한 보수주의의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주로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의 보수주의를 다뤘다. 저자는 우에서 중간으로, 또 때로는 왼쪽으로 움직인 보수주의의 이동 경로와 함께 생존을 둘러싼 보수주의자들의 경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초기 보수주의자들은 메스트르나 에드먼드 버크처럼 프랑스 혁명을 비판하며 정체성을 확립했다. 그들은 종교와 관습의 권위를 옹호했다. 19세기 말이 되자 주류 보수주의자들은 우파 자유주의자들과 손잡고 선거민주주의를 받아들였다. 마르크스주의에서 파생한 노동조합주의, 사회민주주의 등의 거센 여파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1945년 이후에는 사회개혁과 복지정책도 받아들이며 좌향좌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1970년대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중도우파는 다시 기조를 수정했다. 그들은 기업 할 자유와 작은 예산, 열린 국경을 주장하며 자유시장주의를 채택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이 같은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우파에 정당 정치적, 지적 틈새가 생겼고, 그 틈을 비집고 도널드 트럼프로 대변되는 강경우파가 등장했다.
보수주의자들은 이처럼 변화를 거듭하며 좌파를 밀어내고 '우파의 시대'를 열었다. 그런 보수주의의 변신은 변화에 민감하고, 주변 말을 잘 들어 실행에 옮기는 역량 있는 정치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령, 영국의 디즈레일리 전 총리는 잉글랜드 중산층의 정서를 파악하는 "완벽한 귀"를 가졌고,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은 분열된 나라의 목소리를 듣는 "섬세한 귀"를 지녔다. 레이건 정부 시절 수석고문을 지낸 패트릭 뷰캐넌은 미국 우파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판별하는 능력을 지니기도 했다. 저자는 현재를 "우파가 정치를 지배하는 시대"라고 강조하면서 보수주의의 정치 관행과 이데올로기의 성공은 경청하는 태도와 관련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포퓰리스트와 자유지상주의자가 뒤섞여 정책적으로 여러 모순에 휩싸인 강경우파의 득세 속에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리고 이는 보수주의의 위기이기도 하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보수주의를 재건하기 위해선 보수주의자들이 지금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수는 강경우파 편에 서서 자유민주주의를 통제받지 않는 시장과 국가주의적 포퓰리즘의 자비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흔들리는 중도를 함께 재건할 동맹을 찾을 것인가?"
글항아리. 장경덕 옮김. 73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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