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없었던 올해 한미연합 FS연습 왜?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4. 3. 1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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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 ‘자유의 방패’ 훈련 마무리돼
美, 작년과 달리 전략자산 전개 자제해
미사일 쏴대던 北, 이번엔 제한적 대응
14일 오전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2024 FS/TIGER’ 일환으로 실시된 한미 연합 통합화력훈련에서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의 K1A2전차가 사격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미연합 ‘자유의 방패(FS)’ 연습이 예상과 달리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14일 마무리됐다.

미국은 이번 FS연습 기간 중 장거리전략폭격기나 핵추진잠수함 등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았다. 북한도 탄도·순항미사일이나 수중무기체계 등을 동원한 무력시위에 나서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해 한미 FS 연습 기간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발사하며 강력 반발했다. 특히 새로 개발했다고 주장한 핵무인수중공격정(해일) 시험도 공개하는 등 핵·미사일 위협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소총·포병 사격훈련과 탱크부대 간 대항훈련경기를 현지지도하며 제한된 수준의 대남·대미 메시지를 낸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미국도 지난해 FS연습을 전후로 B-1B와 핵무기 운용이 가능한 B-52H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우크라·중동·대선에 파묻힌 美…韓은 후순위
北, 中양회와 러 대선 일정 고려해 ‘신중모드’
핵탑재가 가능한 미국의 B-52 장거리 폭격기가 과거 한반도 상공에 전개해 공군의 F-15K, 미군의 F-16과 함께 훈련하고 있는 모습. [매경DB]
이 같은 북미 양국의 움직임은 각자의 내·외부적 정치 군사 환경을 두루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은 이미 전쟁 상황이 펼쳐진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에 집중하느라 한반도 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하다. 초반 대선 레이스에서 열세에 놓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두 개의 전쟁’이 현실화한 가운데 한반도에서도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만으로도 대응이 버거운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온전치 않은 건강 상태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오가며 상황을 챙기고 있어 한반도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미 국방 당국 간 구체적인 조율이 필요한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문제를 챙길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북한도 중국의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러시아 대통령 선거(15~17일) 등 핵심 우방국의 중요 정치일정을 고려해 긴장을 관리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한미연합연습에 과도하게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긴장이 격화되는 프레임이 짜여진다면 중국과 러시아로서도 부담스러운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대(對) 러시아 무기·포탄 수출과 새로운 지방개발계획(20X10 전략)에 힘을 싣고 있어 고강도 무력시위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달 北헌법개정 ‘국경조항’이 정세 변곡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조선인민군 땅크(탱크)병대연합부대간 대항훈련경기를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신형 탱크를 직접 조종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다만 이처럼 신중한 한반도 정세가 내달 이후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여전하다. 일단 첫 시험대는 북한이 다음 달 개최할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 본회의 격)가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최근 군사 행보에서 ‘전쟁준비’를 강조한 움직임과 발언들을 내놓고 있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이날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전날 탱크부대 간 대항훈련경기를 지도했다며 그가 직접 신형 탱크를 운전하고 있는 사진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해당 훈련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근위 서울류경수제105탱크사단’에 대해 “적의 수도를 점령했던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고 전통이 있는 부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부대는 6·25전쟁 초기에 서울에 처음 진입한 기계화부대다.

북한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주장했던 영토·국경선 관련 조항을 헌법에 추가할 것이 유력시된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이 헌법을 개정해 ‘국경선’을 새롭게 설정하고 그에 따른 경계, 대비 활동을 시작한다면 한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의 문제가 생긴다”면서 이 문제가 향후 한반도 정세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있고 유관부처들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북한 동향 면밀하게 주시하고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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