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복귀 명령은 강제노동" vs 정부 "정당한 조치"

김잔디 2024. 3. 1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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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공의협의회, 국제노동기구에 긴급 개입 요청
복지부, '강제노동 금지' 협약 위반 아냐…예외 조항 적용 판단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동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에 개입을 요청한 가운데, ILO 협약 위반 여부를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해석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대전협은 정부의 복귀 명령 자체가 강제노동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은 정당한 조치이며 ILO 협약 적용 제외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의료법 제59조에 근거해 내리는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 제29호를 위배했다고 보고, 전날 ILO에 긴급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대전협이 언급한 ILO의 29호 협약은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한국은 2021년 4월 비준했다.

해당 협약 제2조 1항에서 강제노동을 '어떤 사람이 처벌의 위협 하에서 강요받았거나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모든 노동이나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조 2항에서 '국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나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강제노동 적용의 제외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전협은 정부가 자발적으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업무개시명령으로 복귀를 강요하는 상황을 문제 삼는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공권력을 통해 전공의를 겁박하며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 위반이 아니라고 본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ILO 29호 협약은 국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 대해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며 "현재 진료 차질 등이 벌어져 국민의 생존과 안녕이 위협받는 상황이므로 협약 적용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LO에)서한이 접수되면 필요한 조치들이 있을 텐데 의사 결정까지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내 복지부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노동부는 "의료서비스 중단은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며 "ILO 제29호 협약에서 규정한 강제노동의 적용 제외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반면 전공의에게 법적 자문을 하는 조진석 오킴스 변호사는 정부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 자체가 일종의 '강제노동'에 해당한다고 본다.

의료계에서는 현 상황에 ILO 29호 협약의 예외 조항이 적용될 수도 없다고도 주장한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최근 복지부가 의료대란까지는 아니라고 언급한 점을 들어 "공익을 내세워 전공의들의 사직을 금지하고 근무를 강제한 것이 무리한 명령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복지부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료대란'이라는 표현이 과장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 협약을 위반했는지를 두고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대전협의 ILO 개입 요청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동부는 전공의들이 ILO에 요청한 '인터벤션'(Intervention)을 '의견 조회'로 해석하는 것이 절차의 취지에 부합한다며, 공식 '제소'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인터벤션은 ILO 헌장 등에 근거한 공식적인 감독기구에 의한 감독 절차가 아니다"며 "ILO 사무국은 인터벤션 요청이 접수되면 해당 정부에 의견을 요청하고, 권고 등 후속조치 없이 정부 의견을 해당 노사단체에 전달한 후 종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전협의 ILO '의견조회' 요청 내용이 정부에 전달되면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한국의 의료 상황, 그간의 ILO 사례 등을 검토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정당한 조치였음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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