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5·18 북한 개입설’ 도태우 공천 취소…한동훈 위원장 호남 방문 전날 전격 결정

정대연·문광호·조문희 기자 2024. 3. 1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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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 15일 호남 방문 예정
당에선 “도려내야” 목소리 분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4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호남 방문 전날 ‘5·18 민주화운동 북한개입설’을 주장한 도태우 후보(대구 중·남) 공천을 취소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14일 오후 회의를 열고 도 후보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 공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도 후보의 경우 5·18 폄훼 논란으로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며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도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이어 “공관위는 공천자가 국민 정서와 보편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한 경우 등에는 후보 자격 박탈을 비롯해 엄정 조치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고 했다. 도 후보 발언이 호남·중도층 이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공천 취소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과 접전지가 많은 수도권과 충청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도 후보 공천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대전 유성을)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관위가 지난 12일 5·18 폄훼 논란을 빚은 도 후보 공천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도 후보가 사과를 몇 번 했고 진정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공천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너무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판단”이라며 “그분의 발언 때문에 여러 가지 당이 의심을 받고 있다면, 읍참마속도 하는데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도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인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분당갑)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도 후보의 5·18 북한 개입설은 사실이 아닌 역사 왜곡”이라며 “당은 재재(再再) 논의하고, 후보는 선당후사를 위해 결단하는 것이 정도(正道)이고 국민의 눈높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은 ‘헌법 전문에 5·18 정신 명문화’를 약속했다”며 “(도 후보 사과의) 진정성 여부는 당 공관위가 판단하는 게 아닌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수도권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라며 “과거에, 논란들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아 선거에서 참패한 사례가 있었다. 지금 여러 논란에 대해 당이 단호하게 대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인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도태우 후보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다”며 “도 후보의 발언은 우리 국민의힘의 공식 노선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의 공식 입장과도 크게 어긋난다. 도 후보가 사퇴하지 않을 시 국민의힘 비대위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공관위는 지난 12일 “도 후보가 두 차례에 걸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며 공천 유지를 결정했다. 도 후보는 2019년 2월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북한 개입 부분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충실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의혹은 결코 공상적이거나 근거가 아주 희박한 것이 아니다”라며 “5·18은 자유민주화적 요소가 있지만,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 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도 후보는 두 차례에 걸쳐 사과했고, 공관위는 이를 근거로 공천을 철회하지 않았다.

다른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들도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박민식 전 장관(서울 강서을)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말 한 마디로 전체 선거판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한다”며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깨끗하게 사과할 것은 사과를 하고, 해명할 것은 깨끗하게 해명을 해서 당에 피해를 주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용호 의원(서울 서대문갑)은 SBS 라디오에서 “우리 당이 안고 있는 고질병”이라며 “앞으로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에 대해서는 공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서명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태 전 의원(경기 고양정)는 전날 YTN 라디오에서 “정말 곤혹스럽다. 특히 중도층이나 젊은층에 미치는 영향이 클까봐 걱정”이라며 “일단 당의 (공천 유지) 입장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할 수밖에 없고, 그 상황을 디폴트로 놓고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당 지도부는 일단 도 후보 관련 결정에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총선에는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과거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이 있었으면 아무리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변화된 입장을 보인다하더라도 절대 평생 공직에 발을 들일 수 없다는 게 국민 눈높이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공관위에서 (도 후보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국민들께도 저희들이 그렇게 잘 설명을 드리겠다”고 했다.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도태우 후보 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광호 기자

이번 결정은 한 위원장의 호남 방문을 앞두고 나왔다. 한 위원장은 15일 전남 순천, 광주, 전북 전주를 돌며 당 출마 후보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정현 전 대표(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박은식 비대위원(광주 동·남을), 정운천 의원(전북 전주을) 등이 한 위원장 방문지에 출마했다. 특히 한 위원장은 5·18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에 맞서 최후 항전을 펼쳤던 광주 5·18 민주광장을 찾을 것으로 알려져 이곳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한 위원장은 이날 경남 김해를 찾은 자리에서 “5·18에 대한 우리 당과 저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과거에 정치하지 않을 때 과오가 있을 경우 그걸 확실히 반성하고 바꿨다면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호남 방문은 지난 1월4일 국립 5·18 민주묘지 방문 이후 두 달여 만이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5·18기념재단 등 5월 단체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이 도 후보를 공천한 것은 5·18에 대한 이중적 태도이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한 위원장이 광주에 오려면 도 후보 공천을 취소하고 와야 한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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