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수달의 나라? 시민과학 ‘수달 동시조사’로 흔적 655건 확인
전문가와 활동가, 시민 등이 지난해 실시한 ‘전국 수달 동시조사’에서 총 655건의 수달 모습과 서식 흔적이 발견됐다. 멸종위기 포유류 수달은 전국 하천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지만, 무분별한 하천 정비사업으로 인해 서식지 파괴 등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달네트워크는 지난해 11월27일부터 12월3일 사이 일주일 동안 전국 곳곳에서 ‘전국 수달 시민 동시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655마리의 수달 모습과 서식 흔적(발자국과 배설물, 먹이 잔해 등)을 발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수달 등 야생동물 전문가뿐 아니라 수백명에 달하는 환경단체 활동가·시민 등이 참여했다. 참여자 중 자연관찰사이트 네이처링에 사진 등 관찰 자료를 올린 이는 66명이다. 특정한 멸종위기 포유류 하나를 두고 이처럼 전국 동시조사를 실시해 개체 수를 파악한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수달은 한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에 처한 포유류이다. 일본의 경우 서식지인 하천 환경 훼손 등으로 인해 멸종한 상태다.
한국수달네트워크(수달넷)는 수달의 분포는 전국에 걸쳐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으며 과거 수가 급감했던 수달들의 강한 적응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수계별로는 한강수계(서울과 수도권, 강원권, 충청권)에서 144건으로 가장 많은 수가 확인됐다. 금강 수계에서는 136건, 낙동강 수계에서는 63건이 확인됐다.
수달넷은 수도권의 경우, 경기 안산, 수원, 의왕, 오산 등에서 수달 서식을 조사했으며 분포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강과 지천에서도 수달 서식 범위가 넓어졌다. 개체 수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세종 등 대도시의 인구가 밀집한 지역의 수계에서도 수달의 서식 흔적이 늘어나 서식 밀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전국에 서식하는 수달 개체 수를 추정하기는 어렵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는 “서식 흔적이 발견된 곳에서 수달이 한두 마리만 살고 있을 수도 있고, 서너 마리가 서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개체 수를 말하기는 어렵다”며 “지역에 따라 조사 참가자 수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흔적이 많이 발견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있는 점도 개체 수 파악을 어렵게 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212270600001
서울 한강과 지천의 경우는 2022년 시민과학 방식의 조사에서 최소 15~20마리의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수달넷은 주 서식지인 하천 환경이 훼손되는 경우가 빈번한 탓에 여전히 국내 수달은 멸종위기에 처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전국에 걸친 하천 정비사업, 수질 오염, 공간의 오용 등으로 수달의 먹이 자원이 부족하고, 서식환경도 열악한 상태라는 것이다. 환경부와 지자체들이 시행하고 있는 하천 정비 공사로 인한 수달 및 어류의 서식처 훼손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다. 하천 등 수변도로에서는 로드킬도 확인된다.
예를 들어 경기 오산천에서는 2022년 이후 광범위한 하천변 환경 훼손이 일어나고 있다. 오산시청이 친수공간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갈대, 물억새 등의 볏과 식물들을 베어버리는 것이 가장 큰 생태계 악영향을 낳았다. 시민들이 물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조치다. 이는 갈대나 물억새 등의 생태적 기능을 무시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수달은 먹이활동을 할 때는 물속에 들어가지만 평상시에는 갈대나 물억새 등이 있는 천변으로 이동한다. 이런 식물이 있는 곳은 은신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수달뿐 아니라 잠자리나 메뚜기, 사마귀 등의 곤충도 이들 식물을 서식처로 삼는다. 오산시가 갈대, 물억새를 베어버리면서 이들 곤충이 오산천에서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401211623001
이처럼 친수공간을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천변의 갈대, 물억새 등을 모두 베어버리는 행태는 전국 곳곳의 하천에서 동일하게 벌어진다. 지난해 갈대, 물억새를 베어버리면서 원앙을 포함한 조류들의 은신처를 훼손한 서울 성동구 중랑천이 대표적 사례다. 이로 인해 중랑천을 찾는 천연기념물 원앙의 개체 수가 과거 최대 1000여마리에서 300~400마리로 급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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