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색달랐던 ‘파묘’…깨알 재미에 정보까지 주는 ‘리더필름’

김은형 기자 2024. 3. 14. 12: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영화가 잘못된 건가 했어요."

배급사와 제작사는 명함처럼 사용하는 리더필름을 재치있게 변주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영화의 톤 앤 매너를 미리 귀띔하기도 한다.

쇼박스는 '파묘'뿐 아니라 '랑종' '곤지암' 같은 공포영화에서 리더 필름의 색을 뺐다.

쇼박스 관계자는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보는 영상이니만큼 영화의 장르와 성격에 맞는 배급사 나름의 위트 표현이면서 관객들의 몰입도에 도움이 되는 장치로 리더 필름을 활용한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급사 쇼박스가 ‘파묘’ 상영 때 공개한 리더필름에서 흑백으로 변형된 로고. 쇼박스 제공

“영화가 잘못된 건가 했어요.”

최근 누적 관객 수 800만명을 넘긴 ‘파묘’ 관객들에게서 종종 나오는 반응이다. 영화가 시작할 때 등장하는 노란색 배급사 로고 동영상이 흑백으로 나온데다 공이 통통 튈 때 나오던 경쾌한 음향 효과도 들리지 않은 탓이다. 이는 의도적인 변주였다. 영화의 음울하고 무서운 분위기에 맞춰 톤을 조절한 것이다.

리더필름, 영화 시작 전 배급사나 제작사의 로고를 보여주는 짧은 동영상이다. 동화적인 음악과 함께 폭죽이 터지며 디즈니 성이 등장하는 월트디즈니컴퍼니나 힘찬 나팔 소리와 함께 황금색 거대한 활자 조형물을 조명이 비추는 21세기폭스, 횃불 든 여신이 서 있는 컬럼비아 픽처스, 높은 산을 동그란 별무늬가 감싸는 파라마운트 픽처스 등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리더 필름은 전 세계 관객의 머릿속에 각인돼있다.

‘바튼 아카데미’ 리더 필름에서 1970년대인 영화 배경에 맞춰 레트로 스타일로 디자인한 제작사 포커스피처스 로고.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배급사와 제작사는 명함처럼 사용하는 리더필름을 재치있게 변주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영화의 톤 앤 매너를 미리 귀띔하기도 한다. 쇼박스는 ‘파묘’뿐 아니라 ‘랑종’ ‘곤지암’ 같은 공포영화에서 리더 필름의 색을 뺐다. 화면과 음향 둘 다 변주를 한 건 ‘파묘’가 처음이다. 코미디 영화에는 짧은 웃음소리 음향효과를 덧입힌다. 쇼박스 관계자는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보는 영상이니만큼 영화의 장르와 성격에 맞는 배급사 나름의 위트 표현이면서 관객들의 몰입도에 도움이 되는 장치로 리더 필름을 활용한다”고 했다. 2019년 개봉한 ‘기생충’은 배급사 씨제이엔터테인먼트 리더 필름의 화면은 바뀌지 않았지만 늘 나오던 화사한 음악 대신 불길하게 반복되는 종소리를 썼다. 지난 여름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제작사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리더 필름이 흑백으로 펼쳐지다가 영화의 첫장면인 흑백 티브이 뉴스 화면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영화의 장르나 특징에 맞춰 리더필름에서 재치있게 변형되는 디즈니성 로고.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한국 영화는 화면의 색을 빼거나 음악을 바꾸는 정도지만 할리우드는 리더필름을 더 적극적이고 개성적으로 활용한다. 지난달 개봉한 ‘바튼 아카데미’ 리더필름에 등장하는 배급사 미라맥스와 제작사 포커스피처스 로고는 지금의 것과 전혀 다르다. 빛바랜 느낌의 이 로고들은 예전에 사용하던 게 아니다. 1970년이 배경인 영화에 맞춰 레트로풍으로 창작해 영화못지 않게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디즈니는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디즈니성의 모양이나 색, 표현방식을 영화의 톤에 맞게 바꾸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관객을 설레게 한다. 에스에프(SF) 영화에는 웅장하고 미래지향적인 건물로 바꾸고 ‘곰돌이 푸’처럼 포근한 영화는 연필로 그린 듯한 아날로그 필체로 디즈니성을 그려내는 식이다. 고고하게 횃불을 들고 서 있어 ‘토치 레이디’로 불리는 컬럼비아 픽처스 리더필름 속 여신은 ‘좀비랜드: 더블 탭’에서 좀비들을 횃불로 물리치는 깜짝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한국영화 가운데는 2018년 개봉한 ‘스윙 키즈’ 리더필름이 배급사 뉴의 로고를 영화 배경인 1950년대의 대한뉴스 화면처럼 디자인해 주목받았다.

횃불을 든 여신이 좀비들을 물리치는 유머를 담은 컬럼비아픽처스의 리더필름. 화면 갈무리

시대에 따라 리더필름도 변모한다. 여신이 횃불을 든 모습은 같지만 모델은 조금씩 바뀌는 컬럼비아 픽처스처럼 핵심 특징은 유지하면서도 서체나 색감 등의 디테일은 5~10년 주기로 갱신된다. 멀티플렉스 씨지브이는 공포·스릴러와 블록버스터 액션물, 로맨스로 나눠 상영 영화 장르에 따라 바꿔 틀었던 리더필름의 통합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께 새로운 리더필름을 선보일 예정이다. 씨지브이 관계자는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경험하는 더 큰 즐거움과 가치를 잘 나타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새로운 리더필름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에 맞춰 ‘대한뉴스’스타일의 배급사 로고를 선보였던 ‘스윙키즈’의 리더필름. 뉴 제공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