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중·고 사교육비 27兆 ‘역대 최대’... 서울 고교생은 月100만원 든다

세종=박소정 기자 2024. 3. 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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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사교육비 총액 27조1000억원… 1년 전比 4.5%↑
“학생 수 줄었는데도 늘어… 정부 목표 달성 실패”
1인당 月43만원 지출 ‘최대’, 고교생 증가세 뚜렷

지난해 초·중·고교생들의 사교육비 총액이 27조1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3년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이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 역시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특히 고등학생들의 사교육비 증가 폭이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사교육비 잡기’를 내걸었던 정부의 구호가 무색해진 모습이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조사 대상 학생 수가 전년보다 7만명(2022년 528만→2023년 521만명) 줄었는데도, 사교육비는 되레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7일 서울 시내의 한 입시 전문 학원에 의대 입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 작년 사교육에 1인당 月43만원 써 ‘역대 최대’

앞서 정부는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을 6.9% 줄여 24조2000억원 이내로 묶겠단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그게 되지 않는다면 최소한 소비자물가 상승률(3.6%)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 달성에 실패했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사교육비 상승률은 0.8%로 계산됐다”고 덧붙였다.

사교육비 총액을 비롯해 주요 지표들이 모두 최악의 성적을 경신한 모습이다. 사교육 참여율은 78.5%로 전년 대비 0.2%포인트(p) 올랐다.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은 7.3시간으로 6분(0.1시간) 늘어났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5.8% 올랐다. 이 중에서도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사교육비만 따져보면, 월평균 55만3000원으로 5.5% 증가했다. 두 지표 모두 2007년 사교육비 조사 이래 최고치다.

그래픽=정서희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특히 ‘고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사교육비 총액 기준으로 보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각각 4.3%, 1% 증가했고, 고등학교가 8.2% 늘었다. 박 과장은 “작년 고1로 진학한 2007년 출생아 수가 많았는데, 초·중학생 수는 줄고 고등학생 수는 늘었단 점을 감안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고교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자체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전체 고등학생과 사교육 참여 고등학생의 사교육비는 월 49만1000원, 월 74만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1년 전보다 6.9%, 6.1% 증가한 것이다. 이는 초등학교(전체 학생 6.8%↑·참여 학생 5.7%↑), 중학교(전체 2.6%↑·참여 3.7%↑)와 비교해 증가 폭이 크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 16일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수능 시작 전 공부를 하는 모습. /뉴스1

◇ 서울·경기·세종·대구·부산서 사교육비 지출 多

전국에서 서울에서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74만1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와 함께 경기(57만3000원)·세종(55만4000원)·대구(57만2000원)·부산(54만2000원)이 전국 평균(55만3000원)보다 높은 시도로 꼽혔다. 가장 낮은 곳은 전남(41만5000원)이었다. 서울에서 사교육을 받는 고등학생의 월평균 비용은 무려 98만8000원으로, 1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일반 교과’에 들이는 사교육비가 많이 늘어난 거로 조사됐다. 사교육 참여 학생들의 일반교과에 드는 월 평균 비용은 51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5.7% 늘었는데, 이는 예체능 및 취미·교양(22만6000원·4.7%↑)보다 증가 폭이 컸다. 과목별로는 영어(월 24만8000원)에 가장 많은 돈을 들였고, 수학(23만3000원), 국어(14만8000원), 사회·과학(13만7000원)이 그 뒤를 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서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한 과목은 국어(8.2%↑)와 사회·과학(7.4%↑)이었다.

가구의 소득수준별로는 소득이 높을수록, 맞벌이 가구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았다.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7만1000원, 300만원 미만 가구는 18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전체 소득 구간 중 ‘800만원 이상’ 최상위 계층에서의 사교육비 지출 증가율(3.5%)이 가장 컸다. 맞벌이 가구 학생의 사교육비는 월 45만9000원으로 작년보다 6.2% 늘었고, 아버지와 어머니 외벌이 가구는 각각 42만9000원, 28만8000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4.8%p 상승한 41%로, EBS 교재 구입 비율이 0.3%p 하락한 16.1%로 집계됐다. 어학연수 총액은 1619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넘게 증가했고, 참여율은 0.3%p 늘어난 0.5%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빗장이 풀리면서 어학연수 수요가 회복하는 추세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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