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집값 내리면서 취약차주 신용위험 확대될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부동산 경기 둔화로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과 유동성이 저하되고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도 증대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 경고가 나왔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 리스크의 경우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우려는 크지 않지만, 국내 금융기관 등의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부동산 PF 부실화 따른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우려"
한은은 14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실린 '부동산 시장 관련 금융 부문의 잠재 리스크' 보고서에서 전국 주택 매매량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감소세라며 이 같은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은에 따르면 주택 매매 가격은 지난해 12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으며,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 기대도 약화한 상황이다.
높은 수준의 아파트 매도 물량은 향후 주택 가격의 하방 요인으로, 신생아 특례대출과 신규 주택 공급 물량 감소는 상방 요인으로 각각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이에 기반한 유동화 증권의 부실화가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과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와 충당금 적립 확대가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출 연체율 상승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과 부동산업 기업에 대한 대출 연체율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어 잠재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요구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가계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돼 있고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어 부동산 시장 부진이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 증대로 이어질 소지도 있다.
한은은 가계의 자금 조달이 주로 부동산 담보를 통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주택 가격 하락에 따라 취약 차주의 신용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연체율이 취약 차주와 비은행 금융기관 차주를 중심으로 계속 상승하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지속된 점은 우려를 가중한다.
한은은 "개별 부문의 시장 불안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면서도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금융 부문의 잠재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시장 부진의 영향을 면밀히 살펴나가는 동시에 중장기적 시계에서 누적된 불안 요인을 경감해나가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수요 감소…연체율 상승"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실린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 리스크와 과거 위기의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국내 금융기관과 연기금의 모니터링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은은 올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 관련 부채의 만기 도래 규모는 5천억달러(약 658조원)를 웃도는 수준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기조가 지속될 경우 관련 부채의 상환이나 차환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1년 전보다 5.9% 하락했고, 지난해 3분기 말 거래금액도 전년 동기보다 54%나 감소한 상황이다.
특히 도심 지역 사무실과 아파트의 가격 하락 폭이 컸다.
이는 그동안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에 따른 고평가 인식, 고금리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의 상승,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수요가 많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큰 현지 은행들은 주로 중소형 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규모 1천억달러 이상인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12.8% 수준이지만 1천억달러 미만인 은행의 대출 비중은 35%에 달했다.
이미 관련 대출 연체율이 2022년 3분기 0.64%에서 지난해 3분기 1.07%로 상승세를 보인다.
한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때와 비교하면 부실 규모가 크지 않고 금융기관과 당국의 대응 능력도 개선됐기 때문에 미국 상업용 부동산발 리스크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다만 "국내 금융기관 및 연기금이 주요국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해 관련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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