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서양 오컬트의 허리를 끊었다…볼만한 ‘K-오컬트’ 계보
K-오컬트 ‘파묘’가 죽어가던 극장가에 생명을 불어넣은 가운데, 과거 유행어로 전해오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러나 ‘파묘’는 ‘갑툭튀’ 오컬트물이 아니다. 한국 정서를 다룬 오컬트 영화는 이전에도 있었다.
과거 악령과 구마, 빙의 등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 오컬트 장르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지난 2015년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로 한국형 오컬트의 서막을 열었으며, 540만 관객을 동원해 호평을 얻었다.
이어 장감독은 4년 뒤 두 번째 오컬트 영화 ‘사바하’를 선보였다. ‘사바하’는 관람객 평점 7.42(네이버 영화 기준)로 ‘오컬트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아 한국형 오컬트의 도약을 준비했다.
2024년 진정한 한국형 오컬트가 터졌다.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오컬트 영화 ‘파묘’는 820만 관객(13일 기준)을 돌파하며 한국 오컬트 영화 최초로 ‘천만영화’ 타이틀에 도전하고 있다.
흥행가도를 달리는 ‘파묘’의 한국성은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에서 나왔다. 작품은 굿, 혼령이라는 전통적 소재를 대중적으로 녹여내 K-오컬트 세계를 공고히 했다.
‘파묘’의 인기로 한국형 오컬트에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경향이 K-오컬트의 길을 닦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2016년 5월 개봉한 영화 ‘곡성’은 마을 사람들의 영혼을 취하는 악귀에 대해 다룬다.
곽도원, 황정민 주연의 ‘곡성’은 굿이라는 토속적 정서 속에서 초자연주의적 공포감을 자아낸다. 작품에 등장하는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은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라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곡성’은 끊임없는 의심을 심어주면서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판타지 스릴러다.
영화 ‘곡성’의 관람 포인트는 유명세를 탄 명대사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그놈은 그냥 미끼를 던져분 것이고 자네 딸내미는 고것을 확 물어분 것이여” 등의 대사는 당시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을 뿐 아니라 여전히 화자되며 쓰이고 있다.
■“재차의가 단체로 뛰어오는데 내가 다 오싹”
2021년 7월 개봉한 ‘방법: 재차의’는 ‘재차의’라는 요괴를 소재로 한국의 샤머니즘 정서를 다룬다. tvN 드라마 ‘방법’의 스핀오프 영화로 제작됐다. 여기에서 ‘재차의’는 설화집 ‘용재총화’에 나오는 한국 전통 요괴이며 ‘방법(謗法)’은 사람의 손발이 오그라지게 하는 저주 능력을 말한다.
작가 연상호는 “아시아의 요괴나 괴담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했다. 주술사의 조종을 받아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라는 소재가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영화 제작의 배경을 말했다.
‘방법: 재차의’는 주술사의 조종을 받는 한국형 좀비 ‘재차의’가 사람들을 습격하며 사건이 벌어진다. 영화를 본 관람객들은 “재차의가 뛰어오는데 내 심장이 쫄깃했다. K-좀비라서 엄청 빠르다”는 등의 평가를 남겼다.
작품의 관람 포인트는 한국 좀비가 가진 특징에서 비롯된다. 서양 좀비는 대체로 느린 반면 한국 좀비(K-좀비)는 대체로 빠르게 달린다는 특징을 가진다. 실제로 영화 ‘부산행’을 본 해외 관람객들은 처음보는 폭발적인 스피드에 매료되기도 했다. ‘방법: 재차의’ 역시 빠른 좀비로 인해 보는 이의 스릴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 “선산, 10년 전부터 품은 이야기…”
민홍남 감독의 NETFLIX 시리즈 ‘선산’은 넷플릭스 콘텐츠 글로벌 순위로 K-오컬트 인기를 입증했다.
지난 1월 넷플릭스에는 ‘선산’이라는 한국형 오컬트 드라마가 공개됐고 해외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1월 23일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선산’은 22일 글로벌 넷플릭스 TV쇼 부문 6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선산’은 존재조차 모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선산, 굿, 무속 신앙 등 토속적인 요소가 등장해 음산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또 태평소와 같은 전통 악기로 채운 배경음악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작품은주인공 윤서하(김현주)를 통해 대한민국 교수 임용 문화를 꼬집고,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영화 ‘부산행’, ‘지옥’의 감독인 연상호 감독은 ‘선산’의 기획과 각본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제작 비화에서 “10년 전부터 이야기를 품었다. 선산을 소재로 종교와 무속적 색채를 넣으면 긴장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K-오컬트 인기를 10년 전부터 미리 예측해 눈길을 끌었다.
김희원 온라인기자 khil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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