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혹독한 신고식

오서영 기자 2024. 3.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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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융당국이 농협금융을 상대로 고강도 검사에 들어갔습니다. 

회장 교체 시기에 맞춰 반복된 내부통제 부실과 인사 등 눈엣가시였던 문제들을 작정하고 바꾸겠다는 의지로 읽히는데요. 

실제로 이번 금감원 검사의 단초가 된 건 농협은행 사고이지만 중앙회 소속 단위농협도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100억 원대 대규모 사고로 경찰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농민 대통령이라는 신임 회장, 취임하자마자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데요. 

이 내용 금융부 오서영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농협은행 사고는 이미 보도가 많이 됐으니 두고 지역농협 100억 원대 사고, 이건 또 뭡니까? 

[기자] 

농협과 같은 상호금융업권은 한 기관에서 같은 사람에게 내줄 수 있는 대출한도가 최대 50억 원 수준으로 제한돼 있는데요. 

경기도의 이 지역농협에서는 100억 원이 넘는 대출을 내주기 위해 여러 개 법인으로 나눠 일명 '쪼개기 대출'을 해준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석 달 넘게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가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최근 수사를 확대했는데요. 

이런 상호금융에서 벌어지는 부당 쪼개기 대출의 경우 통상 직원과 브로커 등과 함께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앵커] 

지금은 어느 시대인데 시스템적으로 이런 게 가능합니까? 

[기자] 

실제로 해당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짓겠다고 한 법인들 부지에 가봤는데요. 

사람 하나 오가지 않는 휑한 모습이었습니다. 

유령 법인을 세우고 담보물을 초과 책정해서 용도와는 다른 대출을 내준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출 과정에서 요건을 갖춘 사람도 끼워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쪼개기 대출 피해자를 만나봤습니다. 

들어보시죠. 

[A농협 대출자 : 농업행위를 하기 위해서 건물들과 땅을 이용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제가 2019년도부터 봤을 때 농업행위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농업법인을 이용해서 부동산 개발업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의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앵커] 

유령 법인이라면 당연히 이자 갚을 생각도 없을 텐데, 대출을 내준 농협에 피해가 가겠네요? 

[기자] 

3년 전 이런 식의 부실한 대출 취급 이후 이자 상환이 안 되고 연체가 시작됐습니다. 

A농협 연체율은 지난해부터 10%를 넘으면서 중앙회로부터 합병 권고까지 받는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 농협은 3년 전에도 같은 문제가 적발됐을 만큼 심각하게 곪아 있다는 점입니다. 

[A농협 관계자 :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던 건 사업을 확인하지 않고 채무자 명의로 건물을 지었는지, 땅을 샀는지부터가 중요했던 건데 그것부터가 잘못됐던 대출….] 

[앵커] 

감독 책임이 중앙회에 있죠? 

이런 상황을 지켜만 보는 건가요? 

[기자] 

중앙회가 감사를 하고 적발도 하는데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내부 목소리가 나옵니다. 

[A농협 관계자 : 규정에 따라서 직무정지나 직권정지를 했으면 이 대출의 절반 이상은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이런 부실이 오지 않았는데요. 계속 덮어가는 형식일 수밖에 없는, 책임을 회피하는 형식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고요.] 

[기자] 

이게 비단 A농협 문제만은 아닌데요.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단위 농협에서 총 22건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횡령 사건이 빈발하고 규모도 커지는데요. 

농협 스스로 심각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측은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산 상시감사 기능을 강화해서 시스템에 의해 사고발생을 예방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횡령 등의 고의 사고는 엄중히 문책하고 있다"면서 "사고예방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러게요. 

최근에 지역 농협에 상임감사 두겠다고도 했죠? 

[기자] 

상임감사를 선임해야 하는 단위 농협의 총 자산 기준을 1조 원 이상에서 8천억 원 이상으로 낮춘 걸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애초 금융당국은 횡령 사고 예방 강화 등을 이유로 기준을 총 자산 2천억 원 이상으로 제안했는데 농협중앙회의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8천억 원 이상을 적용하면 전체 단위 농협의 15%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앵커] 

지역농협의 주인은 조합원이니, 알아서 하라고 맡기기에는 우리 국민들 돈이 걸린 문제라 뒷짐 지고 볼 수는 없는데 어쨌거나 이번에 금융당국이 다 들여다보겠다고 나섰어요. 

그런데 농협중앙회는 농림부 산하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농협은행 사고를 계기로 수시 검사에 나선 건데요. 

내부통제 부실과 더불어 농협금융과 중앙회 간 자금 흐름 등 지배구조 전반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 가진 '주인'이잖아요. 

농협은 공정거래법에서도 자유롭고 뭐가 문제라는 것인가요? 

[기자] 

금감원은 농협금융이 신경분리 이후에도 중앙회에서 독립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을 중앙회에서 분리한 이유가 전문성 특수성에 맞게 운영하자는 건데 자율성이나 건전경영 모두에서 부족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앵커] 

기폭제가 된 게 NH투자증권 사장 선임과정이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이후 NH투자증권 새 대표 후보를 추리는 과정에서도 증권업 경험이 없는 인물이 추천되면서 농협금융과 중앙회 간 갈등이 빚어진 건데요. 

금감원은 이런 낙하산 인사의 궁극적 목적이 결국 금융지주를 돈줄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농협재단의 역할인데요. 

때문에 이번 수시 검사에서 금감원은 농협금융사들이 농협재단에 기부하고, 이 돈이 중앙회로 흘러간 흐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중앙회 입장에선 발끈하겠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재단은 금융지주에게 받은 기부금뿐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기부금도 중앙회에 송금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적한 중앙회의 금융사 자금 활용 문제점에 대해선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법에 근거해 정당하고 적법하게 부과하고 있으며, 이 사업비는 산지유통 활성화 등 회원과 조합원에 대한 지원에 필요한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거잖아요? 

[기자] 

하지만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한 언제든 각종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죠.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금융지주회사가 중앙회장으로부터 충분히 조직적으로 분리돼 있지 않으면 금산분리 미비에 따른 각종 폐해가 나타날 수 있거든요. 중앙회장이 나는 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는 내 임기 중에는 그런 거 안 하겠다 개입 안 하겠다 선언을 하고 실질적으로 개입을 안 하든지, 금융지주회장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보강장치를 좀 더 한다든지 신경분리를 강화하고 정착시키고….] 

농협중앙회 회장이 교체된 뒤 금융지주 계열사 사장 인선을 두고 잡음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문제까지 칼날을 겨누며 신임회장 취임부터 산적한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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