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KT, 쌍용건설과 '법정 싸움' 위기…예고된 공사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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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공사비를 둘러싼 발주처와 시공사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죠.
특히 KT가 다수의 건설사와 이 문제로 분쟁 중입니다.
쌍용건설이 최근 자재값 급등으로 공사비 인상을 요청했지만 KT는 계약서를 근거로 인상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쌍용건설은 향후 법적 다툼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가운데 KT는 쌍용건설 외에도 시공사 여러 곳과 공사비 분쟁이 예고돼 있습니다.
이민후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 기자, 쌍용건설이 KT 본사 앞에서 시위를 예고했죠?
[기자]
쌍용건설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공사비 증액 관련 2차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습니다.
KT가 협상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시위를 1주일가량 연기했습니다.
문제가 된 건 지난 2020년 쌍용건설이 수주한 KT의 판교 신사옥 공사비입니다.
쌍용건설은 원가보다 200% 이상 상승한 하도급 계약 사례도 있고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보전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4월 신사옥이 완공된 이후 쌍용건설은 KT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증액을 요청했는데요.
KT가 공사비 증액을 거절하자 지난해 10월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쌍용건설 직원 30여 명이 모여 1차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쌍용건설은 KT와 공사비 증액분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법적 절차까지 밟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앵커]
법적 절차까지 불사할 정도면 시공 중 공사비가 예상보다 많이 늘었다는 거죠?
[기자]
2년 넘게 이어지는 고금리와 전쟁 여파로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한 탓입니다.
쌍용건설은 임금, 기자재 등 '물가 인상분'에 따른 171억 원 규모의 증액분을 요청했습니다.
실제로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비용을 수치로 한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말 121.80에서 지난 1월 기준 154.64로 3년 만에 32.8% 상승했습니다.
건설자재 중 비중이 가장 높은 레미콘, 시멘트, 철근이 각각 35%, 55%, 65% 상승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높아졌고 인건비 역시 오른 상황입니다.
[앵커]
KT도 나름의 근거가 있을 텐데요?
[기자]
KT는 계약대로 하자는 겁니다.
2019년 당시 쌍용건설과 KT가 도급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시공사가 착공 후 물가 변동이 있더라도 계약 금액을 조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KT는 특약과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2017년,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국가기관, 공기업과 사기업 간의 계약에서 환율변동, 경제발전으로 인한 물가상승에 따른 인상분의 경우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적용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최승준 / 성지파트너스 대표 변호사(건설 전문) : 국가계약법이 적용되는 거니까 사인들 간의 계약과 이제 동일한 법리가 적용됩니다. 쌍방이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을 입증할 수 있다면 배제 특약을 무효로 돌릴 만한 그런 점도 있고요. 건설사는 발주자한테는 못 받고 또 하청한테는 물가 변동분을 줘야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법 체계적인 부분들을 가지고 주장을 해볼 법도 하고요.]
[앵커]
정부가 분쟁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이는데 일단 국토부가 나서긴 했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KT와 쌍용건설 간의 갈등 건 역시 국토교통부 조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아직까지 진척은 없습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는데요.
국토부가 중재 조정안을 곧 낼 전망입니다.
문제는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KT가 따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쌍용건설이 사실상 KT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분쟁조정위에서 도출된 결정에 재판상 화해 효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제도 보완에 나섰습니다.
[박상우 / 국토교통부 장관 : 물가상승에 따라서 공사비가 너무 많이 올랐는데 적정공사비를 받기가 어렵다. 그런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면밀하게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정부 역할에 대한 논의를 하겠습니다.]
[앵커]
국토부가 제도 마련에 나서도 당장은 적용하기 어려워 보이는데요.
그런데 KT가 이렇게 건설사들과 분쟁을 겪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KT는 옛 전화국 부지와 기지국 등 부동산·설비자산을 보유하면서 부동산 자산이 8조 원 규모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부동산 사업을 담당하는 KT에스테이트는 KT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KT가 '땅 부자'인 탓에 분쟁을 겪는 곳은 쌍용건설만이 아닙니다.
현재 KT의 공사 과정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건설사는 쌍용건설을 포함해 4곳인데요.
한신공영은 KT의 부산초량오피스텔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추가 공사비 140억 원을 요구했고 롯데건설도 KT부지의 복합개발 사업인 서울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을 두고 공사비를 협상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 역시 완공을 앞둔 서울 광화문 KT 사옥 리모델링 공사에서 3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나면서 조만간 협상에 나설 전망입니다.
다만, 모두 완공이 나지 않은 상태라 겉으로 갈등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완공 이후 쌍용건설과 같은 절차를 밟으면서 공사비 갈등이 KT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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