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알고도’ 난민 배급센터 공습…유엔 직원 23명 사상

홍석재 기자 2024. 3. 1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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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가 운영하는 한 배급소에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식량 배급 센터를 공격해 20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국제 인도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게 일상이 되고 있다”며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단 라파흐의 식량 배급 센터를 공격해 직원 1명이 사망하고, 2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공격으로 이 기구 직원 1명뿐 아니라 주민 등 모두 5명이 숨졌다고 보고했다.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이스라엘군이 라파흐 동부에 있는 배급센터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배급센터에서 일하는 사미 아부 살림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유엔이 운영하는 센터여서 안전할 것으로 생각했고,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때 필요한 식량을 주민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왔는데 갑자기 미사일 두 발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당시 배급센터에는 직원 60여명이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찍은 사진을 보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곳곳에 웅덩이가 파였고 희생자의 피가 고였다. 배급센터는 기아에 시달리는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식량을 나눠주고 생필품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도 쓰였다. 줄리엣 투마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현장에 있던 우리 팀이 사상자와 피해 상황을 보고했다”며 “이스라엘군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페 라차리니 집행위원장도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이 식량 부족과 기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가자지구에 몇 개 남지 않은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배급센터를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우리는 매일 가자 전역의 모든 (유엔) 시설의 좌표를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 분쟁 당사자들과 공유하고 있고, 이스라엘군 역시 어제 이 시설의 좌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난민기구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에 있는 이 기구 직원 1만3천명 가운데 160명 이상이 숨지고, 시설 150곳 이상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시설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공습을 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이 기구 직원 중 한 명인 모하메드 아부 하스나가 하마스 무장조직의 대원이었고, 그를 제거하기 위한 ‘군사작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어 “하마스 작전 부대의 테러리스트 하스나를 정확히 조준해 제거했다”며 “그는 인도주의적 구호물품을 통제해 테러리스트들에게 분배하는 데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월 이스라엘은 이 기구의 직원 일부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고, 이에 미국과 독일·영국·오스트레일리아 등 최소 9개국이 이 기구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이스라엘은 이 기구 활동 중단까지 요구했고, 유엔은 이를 비판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당시 “소수 직원의 혐의에 대한 대응으로 기금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가자지구에서는 현재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외에 현재 굶주림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단체가 없다. 사만다 파워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최고 관리자는 시비에스(CBS) 뉴스와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인구의 90%가 난민인데,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를 빼면) 가자지구에 생필품을 분배할 효과적인 대안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다른 어떤 기관도 대신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밀러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이를 대체할 단체와 조직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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