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풍’ 본질과 불안한 지속 가능성[포럼]

2024. 3. 1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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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4주일이 남지 않은 4·10 총선의 최대 변수를 꼽으라고 한다면 '한동훈 현상'이다.

지리멸렬했던 국민의힘, 여소야대에 무기력한 여당을 단번에 활력 있고 경쟁력이 강화된 정당으로 소생시키는 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정권 심판론이 드세지기 전에, 기성 정치를 초월하는 개혁 정책을 통해 총선에서 진정한 승리를 도모하고 나아가 한동훈 현상을 지속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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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채 4주일이 남지 않은 4·10 총선의 최대 변수를 꼽으라고 한다면 ‘한동훈 현상’이다. 지리멸렬했던 국민의힘, 여소야대에 무기력한 여당을 단번에 활력 있고 경쟁력이 강화된 정당으로 소생시키는 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한동훈 바람은 정치적 냉소주의에 빠진 국민마저도 정치에 흥미와 관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선거 때마다 북풍·역풍·안풍(安風)이니 하는 바람들이 불어 왔지만, ‘한풍(韓風)’만큼 야당에는 혹풍(酷風) 여당에는 훈풍을 동시에 휘몰아친 경우는 드물다. 한풍은 내로남불과 적반하장 야당의 정곡을 찌르는 비판을 거침없이 내뿜는 조리 있는 논리로 지지자들의 심정을 후련하게 감싸 왔다. 지혜롭고 재기 발랄한 어법은 그만의 특유한 몸짓·외모와 함께 대중적 인기를 유발했다.

기성 정치인의 구태를 벗어난 한 위원장의 언행은 개인적 인기뿐만 아니라 정당의 지지도도 끌어올릴 정도로 깊은 인상을 줘 왔다. 그래서 한 위원장 취임 직후 국회의원 수 감축과 특권 포기 등 5대 정치개혁안을 내놓을 때만 해도 이번 총선은 예전과는 다르게 정책 선거로 판가름날 것으로 기대했다. 야당과는 도덕성에서뿐만 아니라 민생을 위한 정책에서도 차별화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총선일이 다가오고 공천이 진행되면서 야당에 대한 포화는 강렬해지고 거칠어지기까지 했다. 지역을 순회하면서 맞춤형 정책을 강조하지만, 선거용 선심성 정책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당이기에 공약을 실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철도 지하화 같은 경우 거대 예산 비용에 대한 대책이 없다. 올해 재정 적자가 91조 원에 이른다는데 국가 재정을 어떻게 충당하려는지 의문이 든다. 또, 지역 선심 정책은 다른 지역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전체 유권자들의 공통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정책 과제가 우선으로 개발돼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집권 여당으로서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 국가의 비전과 철학을 제시해야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야당은 으레 정권 심판론으로 경쟁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도가 낮은데, 운동권 세력 심판만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개인적 인기나 특히 말싸움에서의 승리는 일순간일 뿐이고 한계가 있다.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은 지난하다. 출산율이 0.6대를 기록하는 인구 소멸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장기 침체에 빠진 경제를 어떤 성장동력으로 되살려 낼 것인가. 불안정한 부동산과 고갈되는 연금은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가. 개인 부채와 국가 부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지정학적인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있는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의료대란은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정쟁을 일삼고 네거티브에 집중해 ‘이기는’ 선거만을 목표로 한다면, 이번 총선은 최악의 선거가 될 것이다. 한풍이, 여느 바람처럼 한순간 지나가는 게 아니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훈풍이 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권 심판론이 드세지기 전에, 기성 정치를 초월하는 개혁 정책을 통해 총선에서 진정한 승리를 도모하고 나아가 한동훈 현상을 지속시켜야 할 것이다.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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