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마음 급했나…알리바바, 한국에 1.4조 투자

올해 18만㎡ 물류센터도 구축
국내시장 불법 제품 논란 거세
유통업계 “약속 지킬지 의문”

중국 e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에 1조 원 이상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저가 ‘짝퉁’ 상품을 앞세워 국내 유통시장을 교란한다는 정부와 여론의 압박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한국 시장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소비자 권익과 기업 지식재산권(IP) 보호 등 기본적인 규칙조차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이 약속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도 제기된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한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자 앞으로 3년간 11억 달러(약 1조4471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최근 한국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2억 달러(2632억 원)를 투자해 올해 안에 국내에 18만㎡(약 5만445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포함됐다. 물류센터가 확보되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배송 기간이 크게 단축돼 한국 시장에 대한 잠식 속도도 그만큼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바바는 또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를 돕는 데 1억 달러(1316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문제는 알리 측이 그간 여러 차례 공언해온 가품 근절 등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날 전화 상담센터 운영, 가품 환불 등 소비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지난해 내놓은 대책과 큰 차이가 없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의무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중국 e커머스가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해서 과연 국내 시장에 이익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불법 제품 유통이나 부당 광고에 대한 업체의 책임을 제대로 묻고, 국내 e커머스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가 해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국내법 준수로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