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국토부, 지는 기재부[뉴스와 시각]

조해동 기자 2024. 3. 1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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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0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토교통부의 위상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반면, '경제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에 대해서는 "요즘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많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정부 부처의 위상은 '대통령과의 거리'로 결정되기 마련인데, 최근 국토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약방의 감초처럼 참가하는 단골 부처다.

국토부든, 그 밖의 다른 부처든 기재부를 제치고 적극적으로 정책 발표에 나서는 것은 권장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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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부 부장

오는 4월 10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토교통부의 위상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반면, ‘경제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에 대해서는 “요즘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많다.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의미로 ‘용각산 기재부’라고 부르는 일도 있다고 한다. 특정 제약회사 상표까지 거론된 민망한 별칭이지만, 그게 기재부의 현 상황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말이 나온다.

국토부는 최근 정부 부처 중에서 단연 ‘상한가(上限價)’를 치고 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정부 부처의 위상은 ‘대통령과의 거리’로 결정되기 마련인데, 최근 국토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약방의 감초처럼 참가하는 단골 부처다. 국토부가 주무 부처인 경우도 많지만, 다른 부처가 주무 부처인 민생토론회에도 관련 부처로 대부분 참가하고 있다. 최근 사례 몇 가지만 살펴봐도 요즘 뜨고 있는 국토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국토부는 지난 1월 10일 윤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30년 된 아파트는 안전 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국토부가 그 뒤 발표한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토부가 밝힌 대책의 후속 조치 대상 지역은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를 포함해 전국 최대 108곳, 약 215만 가구에 달한다. 1월 25일 민생토론회에서는 ‘교통 분야 3대 혁신 전략’ 등을 내놨다. 1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연장 노선과 2기 GTX인 GTX-D·E·F 노선, 지방권 광역급행철도(x-TX) 신설 등을 담은 매머드급 발표였다. 2월 21일 민생토론회에서는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반면, 기재부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대주주 주식양도세 기준 완화 등에서 기존 정책을 바꾸더니, 최근에는 부영그룹처럼 기업이 근로자에게 출산 장려금을 지급했을 경우 전액 비과세하겠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기재부가 시원하게 양보해줬다”고 했지만, 사실은 기재부가 대통령실 요구에 백기 투항한 것이다. 최근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유명한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이 임명된 뒤 “기재부가 앞으로 저출산 대책에서도 다른 기관에 끌려다닐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기재부가 경제정책을 총괄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국토부든, 그 밖의 다른 부처든 기재부를 제치고 적극적으로 정책 발표에 나서는 것은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 부처가 발표하는 정책이 국민에게 혼선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컨대 지난 5일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을 ‘소득 8구간 이하’(100만 명)에서 ‘소득 9구간 이하’(150만 명)로 늘리겠다는 구상은 추가 인원에게 200만 원씩만 줘도 매년 1조 원이 든다. 이런 발표가 ‘재정 당국’인 기재부와 사전 협의 없이 나오면 정책 일관성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총선을 앞두고 조율되지 않은 정책이 남발되면 총선 후 국정 수습이 어려워질 수 있다.

조해동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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