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리더십’ 보여준 서울이랜드 김오규…“정신 못 차릴 것 같으면 나 찾으라고 했다”

이정빈 2024. 3. 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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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목동] 이정빈 기자 = 완전히 달라진 서울이랜드FC가 창단 첫 승격에 도전한다. 유력한 승격 후보인 부산아이파크와 수원삼성을 연달아 꺾은 서울이랜드는 개막 2연승으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는데, 그 중심엔 ‘형님 리더십’을 보여준 김오규의 존재감이 컸다.

김오규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의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하나은행 K리그2 2024 2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전해 팀의 수비를 책임졌다. 홈 개막전을 가진 서울이랜드는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득점이 나오며 안방에서 2-1로 승리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오규는 “수원이라는 팀이 2부에 있을 급이 아니다. 긴장하면서 준비했지만, 준비했던 대로 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수원이 몰아치는 걸 보면서 강팀은 강팀이라는 걸 느꼈다. 그런데 저희가 잘 버텼고, 마지막에 좋은 운이 따른 것 같다”라고 경기 소감을 남겼다.

이번 시즌 개막에 앞서 서울이랜드는 김오규를 비롯해 오스마르, 김영욱, 정재용 등 K리그에서 명성을 날린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했다. 승격을 위해 많은 선수를 데려온 동시에 수원FC에서 공격 축구로 인상을 남긴 김도균 감독에게 지휘봉을 전했다. 지난 시즌과 완전히 달라진 서울이랜드는 개막 2연승을 질주하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연승을 통해 서울이랜드가 승격 후보로 떠올랐지만, 김오규는 차분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그런 이야기 잘 안 한다.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해야 하는 게 맞고, 그렇게 준비하면 계속 승리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부산과 수원 같은 강팀을 잡은 건 팀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는 기회다”라고 이야기했다.

수원전 김오규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후방에서 동료들을 이끌며 수비 라인을 지탱했지만, 실점으로 이어지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김오규는 이에 대해 “실점한 후에는 죄책감보다는 선수들에게 되게 미안했다. 제가 무실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실점 장면에 제가 관련되면서 미안했다. 다만 경기가 안 끝났으니 빨리 정비해서 잘 지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선수들이 제 마음을 잘 알았는지 득점이 나왔다”라고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경기 끝나고 (윤)보상이한테 ‘너 잘못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가 걷어내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처리할 수 있었는데, 상대를 등지려고 하다 보니 그런 상황이 나왔다. 그래서 보상이한테는 신경 쓰지 말라고 이야기했다”라고 동료들 다독이고 자기 실수를 인정했다.

실점을 허용했어도 1라운드 부산전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김오규와 오스마르가 보여주는 존재감은 서울이랜드의 가장 큰 무기였다. 두 선수는 K리그에서만 총합 645경기를 소화한 베테랑들인데,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가 서울이랜드 선수단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오규는 오스마르와 호흡에 대해 “인터뷰할 때 이야기하지만, 저는 좋은 선수라기보다는 팀을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하는 선수다. 오스마르가 정말 좋은 선수라는 걸 느꼈고, 어떻게 보면 저와 성향이 다르다. 그래서 잘 맞는다. 제 장점으로 오스마르의 단점을 메워주고, 제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오스마르가 채워주니까 좋다. 함께 하면서 오스마르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라고 새 파트너를 극찬했다.

4년 만에 K리그2 무대에서 뛰게 된 김오규에게 K리그2와 K리그1의 차이점을 묻자 “K리그2는 공격과 수비가 직선적이고 공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진다. 그만큼 서로 소유권을 잃는 장면이 빈번하다. 그래서 실수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에 따라 좋은 경기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 경기 템포와 압박이 들어오는 속도가 빠르기에 침착하게 여유를 가지고 경기하면 더 좋을 것 같다”라고 평가를 했다.

한편 서울이랜드 원정길에도 수원 팬이 운집했다. K리그2에서는 전례가 없는 원정 응원단 규모에 경기 전 김도균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가 어린 선수들 옆에서 이 부담을 잘 풀어줄 것이라 기대했다.

김도균 감독의 기대에 대해 김오규는 “이런 경기가 적응이 안 된 선수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분위기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줬다. 정신 못 차릴 것 같으면 항상 저를 찾으라고 했다. 뒤에서 소리 질러주고 중심 잡아줄 테니 항상 저를 쳐다보라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라고 든든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사진 = 골닷컴,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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