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분노, 아동학대 계모·친부에게 "애들한테 어찌"
[수원=뉴시스] 변근아 기자 = 초등학생 형제를 쇠자 등으로 상습 폭행한 계모와 이를 묵인하고 같이 학대하기도 한 친부의 재판에서 판사가 "화가 나서 기록을 읽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애들한테 이럴 수가 있느냐"고 했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부장판사는 14일 계모 A(40대)씨와 친부 B(40대)씨의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 혐의 결심공판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판사는 "아이들이 지금 '누구를 처벌해 달라'는 등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데 이게 피고인들을 용서해서가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게 다 풀리지 않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도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피고인들 많이 반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A씨는 2021년 5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경기도의 주거지에서 초등학생 형제 C군과 D군을 23회에 걸쳐 상습적으로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하고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이들이 생일 선물로 꽃바구니를 사 오자 어린애가 돈을 함부로 쓴다며 쇠자로 손바닥을 여러 차례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밥 먹을 자격도 없다"면서 집에서 밥을 먹지 못하게 하고, 주먹으로 아이들의 얼굴을 때려 멍이 크게 들면 학교를 보내지 않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전날인 2022년 12월24일에는 "더 이상 키우기 힘들다"면서 C군 등을 집에서 쫓아내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부 B씨는 A씨의 범행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함께 때리는 등 9차례에 걸쳐 아동들을 상습으로 학대하고 방임한 혐의로 같이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김 부장판사는 범행과 관련, "B씨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본인이 자기 자식을 따뜻하게 보듬지 않는데 누가 하겠느냐"며 "이 재판이 있을 때까지도 피고인은 자녀를 본인이 양육할 생각은 없고 노모에게 애를 맡기겠다고 하는데, 이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B피고인을 선처한다면 애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노모와 아이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진다"면서 "(선고 전까지) 양육비를 지급한 내역과 앞으로의 계획을 작성해서 내라"고 했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들을 엄벌에 처하지 않는다면 아동들의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A씨에게 징역 6년, B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 간 취업제한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피고인들 모두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다만, 아무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 피해 아동의 비행 문제 등으로 폭력을 행사하다 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것이며 장기간 지속 학대한 것도 아니다. 앞으로 피해자들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최후 변론을 했다.
A씨와 B씨는 최후 진술에서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며 울먹였다.
A씨는 "당시 아이의 거짓말하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며 "지금은 비록 엄마 자격이 없지만 시간이 흐른 뒤 아이들이 저희를 용서해 줄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진심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B씨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고 후회와 반성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잘 클 수 있도록 노력하고 뒷바라지하겠다"고 했다.
최후진술까지 모두 들은 김 부장판사는 "아이들을 키우기 힘들겠지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며 "피고인들이 그렇게 행동할 만큼 아이들이 잘못했느냐.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이어 "애가 말썽 피우면 야단치고 싶을 수는 있지만 이건 야단이나 훈계 정도가 아니라 애정이 하나도 없었다"며 "피고인들이 밖에서는 좋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집에서 무방비한 미성년 자녀를 학대하는 이중적 가면을 쓴 거다. 이 부분에 대해 참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고일은 4월1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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