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러 대선, '차르 대관식'…푸틴 득표율 80% 넘을 전망

정윤영 기자 2024. 3. 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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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2018년 득표율 76.69%로 당선…'정당성 과시' 노릴듯
2020년 선거법 개정으로 2036년까지 사실상 '종신집권' 가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북한은 자체적인 '핵우산'을 가지고 있으며 러시아에 핵과 관련해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2024. 3. 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71)의 5선(選)이 확정될 러시아 대선이 내일(15일)부터 사흘간 실시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주목할 점은 푸틴의 당선이 아닌, 그가 득표율 80%를 넘길지 여부다.

뉴스위크 등 서방 외신을 종합하면 러시아는 현지시간 15일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2시)부터 사흘간 대선을 실시한다.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에선 이미 닷새전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지난 2018년 76.69%의 득표율로 4선을 확정지은 푸틴은 이번 대선에서 높은 국민 지지를 근거로 정권 뿐만 아니라 전쟁에 대한 정당성까지 과시하겠단 방침이다.

◇ 대항마 없앤 푸틴, 득표율 80% 노리다

이번 대선에서 푸틴의 압도적 승리가 확실시되는 이유는 그에게 대항할 후보가 단 한명도 없고, 그의 국정 지지율마저 80%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관영 여론조사기관 브치옴(VCIOM)은 지난달 기준 푸틴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79.6%로 나타났다고 밝혔고, 민간 여론조사업체인 레바다 센터는 푸틴의 지지율이 86%로 기록됐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의 지지율은 최고조에 달하는 상황에서 푸틴에게 도전장을 내민 3명의 후보들은 모두 친푸틴·친정부 성향의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 의회를 장악 중인 통합러시아당의 경우 아예 후보자 선출 없이 푸틴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푸틴의 지지율이 상승 흐름을 타는 이유는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요충지인 아우디이우카를 재점령했다. 아우디이우카 재점령은 지난해 5월 바흐무트 함락 이후 러시아군이 처음으로 거둔 주요 승리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푸틴은 지난 달 연례 국정연설(연두교서)에서 학교와 사회기반시설의 현대화, 빈곤 퇴치, 환경보호, 기술력 향상 등을 위해 수십억 루블을 투입하겠다고 대대적인 공약을 펼쳤다.

대선을 앞둔 그가 마치 연임을 확정지은 인물마냥 최소 2030년까지 정부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또 푸틴은 대선 이틀 전 국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국민이 선출하는 어떤 지도자와도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을 앞두고 자신의 당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금지", "금지", "금지"…탄압 강화됐다

반(反)정권 활동과 정부의 탄압 강화로 추진력을 잃을 전망이다.

우선 이번 대선에서 푸틴에 대항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반푸틴 인사들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 목소리를 내어오던 보리스 나제즈딘 하원의원과 전직 기자인 예카테리나 둔초바가 선관위에 의해 대선 출마를 금지당했다. 푸틴의 최대 정적(政敵)으로 평가받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지난달 의문의 사고로 숨졌다.

지난해 11월 푸틴이 통과시킨 선거법 개정에 따라 언론의 감시도 한층 어려워졌다. 지난해 발효된 선거법 개정안으로 비(非)인가 언론이 군사 시설 내 투표소를 취재하는 활동이 금지됐고, 계엄 지역 선거위원회 활동에 대한 취재도 제한됐다.

미디어 통제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의 취재 활동을 금지시키기 위한 개정안이란 해석도 존재한다.

202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의 마마예프 쿠르간에서 열린 전승 80주년 기념관을 방문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장기집권 노리는 푸틴

푸틴은 1999년 12월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직을 넘겨 받은 이후 총리로서 대통령 권한 대행을 수행하다 2000년 취임한 이래 현재까지 사실상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그는 구소련을 가장 오래 통치한 지도자 조셉 스탈린(1922~1952년, 30년 집권) 이후 18년간 재임했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공산당 서기장의 임기를 제치며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20년 헌법이 개정되면서 러시아에선 대통령의 임기 제한이 기존의 4년에서 6년으로 늘어났고 3연임이 금지됐다. 다만 이 같은 금지 조항이 지난 모든 대통령 임기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는 사실상 종신집권의 시대를 열었다.

이에 따라 푸틴은 이번 선거에서 임기를 6년 연장해 2030년까지 집권한 뒤 2030년부터 2036년까지 '푸틴 6기'를 출범할 수 있다. 두차례 모두 당선된다는 가정하에 71세인 그가 임기를 마치는 나이는 84세가 된다.

2018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8.66%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2018.03.19. ⓒ AFP=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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