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공격에 레드라인 그은 미국…"초정밀 타격은 용납 시사"

황철환 2024. 3. 14. 11: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테러작전과 유사한 계획이면 지지 가능 시사"
특수부대 투입 등 소규모 작전으로 민간인 피해 최소화 주문한듯
이스라엘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10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를 겨냥한 전면 공격에 '레드라인'을 그은 미국이 '초정밀 타격'(surgical strike)은 용납 가능하다는 신호를 이스라엘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라파에 숨어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잔존세력을 무력화하되 특수부대 투입 등 소규모 작전으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 바이든 행정부 고위급 인사가 이스라엘 측에 전면 공격이 아닌 '대(對)테러 작전'과 유사한 수준의 계획이라면 지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가 취재한 정부 당국자들은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노렸던 목표만을 때리는 정밀타격에 집중한다면 하마스 전투원을 제거하면서도 국내외적 여론 악화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공개된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라파에 대한 공격이 이스라엘이 건너선 안 될 '레드라인'이 될지 묻는 말에 "그것은 레드라인"이라고 답했다.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약 1천200명의 민간인과 외국인, 군인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납치한 이래 5개월째 이어지는 이번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 숨진 사람은 3만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팔레스타인인 3만1천200여명이 숨지고 7만3천여명이 다쳤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사망자 대다수가 하마스와 무관한 여성과 미성년자들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방패로 삼는 하마스의 전술 탓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초 이스라엘에 동정적이었던 국제사회 여론은 정반대로 돌아섰고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지지한 바이든 대통령도 정치적 역풍에 직면했다.

피란민 텐트로 가득한 라파 시내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데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2일 친이스라엘 로비단체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 영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의 친구라면) 하마스 말살이란 목표를 지지하고선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취하려는 이스라엘에 반대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강경 일변도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들도 라파에 대한 군사작전은 언젠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수'(常數)라고 강조한다.

다만, 대외적 발언과 달리 지난달 초 라파 지척까지 이스라엘군이 진격하면서 당장이라도 개시될 듯했던 공세는 이달 11∼12일께 시작된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이후로 밀려난 듯한 분위기다.

일부 바이든 행정부의 한 핵심 인사는 최근 백악관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브리핑받은 군사정보에 비춰볼 때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군사작전이 임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의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대규모 작전을 위해선) 병력을 일부 재배치해야 하는데 그런 일이 없었다"면서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임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의 계획이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실제로 어떻게 행동할지 내다보려는 건 날씨 예측과 다를 바 없다며 여지를 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무고한 민간인 살상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경고가 확실히 전달된 결과라고 자평했다.

가자지구의 한 건물 내에 진입해 작전 중인 이스라엘군 병사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외교가에서는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군사행동이 어떤 형태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에 상당한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이미 미 의회 일각에선 민주당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 제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의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메릴랜드)은 "레드라인을 그리는 미국 대통령은 이를 강제할 수단이 있음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미 대통령의 '레드라인'을 무시할 수 있도록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미 정치권 인사들도 하마스를 타도해야 한다는 데는 여전히 동의를 표하고 있으며,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밀타격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대안 중 하나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중동정책센터의 책임자인 나탄 삭스는 "시간이 지난다고 이스라엘이 라파에 숨은 하마스 잔존 병력과 지도부에 대한 추적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전면 공격) 반대를 고려하면 시간을 두고 더욱 타깃화(targeted)되고 피해가 적은 작전이나, 일련의 소규모 작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라파의 피란민촌에 머무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hwangch@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