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도전한 과학자들] ④조천호 "기후위기 대응책 뒷전, 법·제도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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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 영입된 과학기술인의 목소리를 연재합니다.
"항상 한국 정치에서 뒷순위로 밀렸던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 혼자서 해낼 수 있는 목표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열심히 길을 닦아가며 나아간다면 제 뒤로 따라 오는 누군가가 달성할 수 있는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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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동아사이언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 영입된 과학기술인의 목소리를 연재합니다. 이들이 아직 국회에 발을 들인 것은 아니지만 정치에 도전하는 계기, 국회의원이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을 풀어보며 현재 한국 과학기술 현주소를 진단합니다. 정당과 관계없이 이름 '가나다' 순으로 게재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전 국립기상과학원장)에게 붙는 수식어다. 2024년 2월 5일 녹색정의당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이하 4월 총선)를 앞두고 '1호 인재'로 조 박사를 영입했다.
조 박사는 국립기상과학원 퇴임 후 방송과 강연, 인터뷰, 책 집필 등을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설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살아왔다. 그런 그가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3월 4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 박사는 "기후위기는 법과 제도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Q. 2024년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
"국회의 중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과거 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국회에 불려 다니곤 했습니다. 제가 일했던 국립기상과학원은 국회의 피감기관이기 때문입니다.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날카로운 질의와 비판을 받으면서도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과 제도를 만드는 활동의 중요성을 알았죠.
그리고 저는 저희가 안전하게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모든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큰 피해를 입고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만 합니다.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의지가 컸습니다."
Q. 정치를 시작하는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어떻게 잘 설득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39년 9월 1일 프란츠 카프카가 이런 일기를 썼습니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 오늘 수영 강습 있음’ 우리 지구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일과 개인의 일상이 나란히 존재하죠.
하지만 기후위기가 우리의 일상과 그저 함께 존재하면 안 됩니다. 제도의 개선이 아닌 개혁으로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이고 이는 삶의 방식과 구조를 바꾸는 일입니다. 개혁과 변혁을 설득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시민들을 설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회 내 설득도 고민거리입니다. 정치는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기에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Q.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다양한 제도 중 무엇이 가장 시급한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입니다. 에너지 생산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움직임은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재생에너지가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재생에너지가 미래세대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결정이 아니라 현재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럽연합(EU)을 따라 미국과 일본도 도입하려고 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한국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하루빨리 이뤄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EU가 2023년 1월 시험 도입한 CBAM은 탄소 배출량 감축 규제가 강한 국가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제도입니다.
한국이 국내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해 세금을 걷는다면 이 돈을 다시 나라 살림을 꾸리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제를 강화하지 않고 EU 등에 관세를 내는 걸 택한다면 우리 돈을 다른 나라 살림에 보태는 꼴이죠."
Q. 관세는 적고 탄소 배출 규제 강화에 드는 돈은 큰 것 아닌가.
"EU가 모든 수입품에 CBAM 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현재 탄소국경세 부과 대상은 철강, 알루미늄, 전력 등인데 이 중 철강은 유럽이 유럽 권역 내에서 보호하고 싶은 산업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도 CBAM는 경제적인 이유로 이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인구 규모가 크지 않아 내수 기반이 취약하고 부존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장과 미래산업을 위해서라도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각오를 듣고 싶다.
"항상 한국 정치에서 뒷순위로 밀렸던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 혼자서 해낼 수 있는 목표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열심히 길을 닦아가며 나아간다면 제 뒤로 따라 오는 누군가가 달성할 수 있는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태희 기자 tae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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