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흰발농게, 갯벌 층간소음에 고통받는다

김재경 2024. 3. 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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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가 공사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반 진동성 교란 등 소음에 고통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태원 교수가 연구 책임을 맡고, 주수빈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엔지니어링 전공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인위적 지반 진동이 흰발농게의 이동성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 of anthropogenic substrate-borne vibrations on locomotion of the fiddler crab Austruca lactea)' 주제 논문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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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해양동물학연구실 김태원 교수 연구팀 발표
"진동 등에 에너지 소비 증가로 포식 위험성 높아져"

주수빈 인하대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엔지니어링 전공 박사과정 학생과 김태원(오른쪽)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인하대

[더팩트ㅣ인천= 김재경 기자] 국내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가 공사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반 진동성 교란 등 소음에 고통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4일 인하대학교에 따르면 김태원 해양과학과 교수가 이끄는 해양동물학연구실은 한강유역청의 허가를 받고 흰발농게를 포획해 진동 노출 실험을 진행했다.

흰발농게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2급으로, 인천지역 생태계를 대표하는 깃대종이다. 최근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영종도 재개발 지역 인근 갯벌에서 흰발농게의 국내 최대 서식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진동을 만드는 전기자성진동장치를 활용해 1000Hz 이하의 다양한 저주파 진동을 75~80dB 고정 강도로 발생시킨 뒤 흰발농게의 반응을 측정했다. 설정한 수치는 공사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저주파 진동이다.

연구 결과 120Hz에서 흰발농게의 움직이는 시간이 감소하고, 120~ 250Hz에서 움직임이 빨라지는 사실을 밝혀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해당 저주파 영역은 흰발농게가 북치기로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채널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흰발농게가 빠른 움직임으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움직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포식의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교수가 연구 책임을 맡고, 주수빈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엔지니어링 전공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인위적 지반 진동이 흰발농게의 이동성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 of anthropogenic substrate-borne vibrations on locomotion of the fiddler crab Austruca lactea)’ 주제 논문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가 담겼다.

해당 논문은 JCR(저널 인용 보고서) 해양·담수생물학 분야 상위 5% 내 학술지인 ‘해양오염학회지(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등재됐다.

이번 연구는 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인 ‘인위적 지반진동성 교란이 해양저서생물의 행동과 생태에 미치는 영향’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주수빈 인하대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엔지니어링 전공 박사과정 학생은 "이번 연구를 통해 지면에 발생하는 인위적 진동도 생태계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해양동물 보전을 위해 소음 진동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원 교수는 "인간이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괴로워하는 것처럼 갯벌에 사는 생물도 서식처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in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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