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화났다…튀르키예 법원, ‘길냥이 잔혹 살해’ 남성에 징역형

여섯 살배기 길고양이 폭행해 사망
지난 2월 재판서 선고유예 판결
대통령까지 ‘솜방망이 처벌’ 질책
다시 열린 재판에서 실형 선고

튀르키예에서 고양이를 잔혹하게 살해한 남성에게 내려진 ‘솜방망이 처벌’에 공분이 일자 법원이 사건을 재심리해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13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스탄불 지방법원은 이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브라힘 케로을란에게 지난달 내려진 선고유예 판결을 뒤집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사진=소셜미디어 캡처

케로을란은 새해 첫날인 1월1일 자신이 거주 중인 이스탄불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의 귀여움을 받던 여섯 살배기 수컷 길고양이 ‘에로스’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았다. 

건물 내부 CCTV에는 그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에로스를 걷어차고, 고양이가 복도로 도망치려고 하자 엘리베이터 문을 닫은 뒤 6분에 걸쳐 발로 짓밟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재판에 넘겨진 케로을란은 지난달 8일 퀴취크체크메제 지방 형사법원에서 징역 1년3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 석방됐다. 

석방 사실이 알려지자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즉각 케로을란을 단지에서 추방해야 한다며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한 주민은 언론 인터뷰에서 숨진 고양이에 대해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에로스’라는 이름을 지어줬다”며 “아파트 현관문 앞에 음식과 물을 놓으면 고양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가곤 했다”고 회상했다.

동물보호단체들도 시위에 나섰다. 케로을란의 엄벌을 촉구하는 인터넷 청원에는 30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지방검찰청과 이스탄불변호사협회도 판결에 이의를 제기했으며, 대통령까지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라고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스탄불 고등법원은 지방법원에 사건을 재심리하라고 명령했다. 

이날 다시 열린 재판에서 케로을란은 “지난달 선고 후 동물보호소에 기부했다. 나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실형과 해외여행 금지 등의 벌칙을 선고받았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