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쌍릉, 무왕 무덤일까…‘진짜 주인’ 찾는 논쟁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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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 '서동요'는 7세기 초 신라·백제 사랑꾼들의 연애담이다.
백제 무왕(?~641)이 쌍릉의 큰 무덤인 대왕릉에, 선화공주는 작은 소왕릉에 잠들었다고 전해져왔는데, 2017~19년 발굴조사 결과 이는 상당 부분 사실이라고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쌍릉의 두 무덤 주인은 무왕의 선대인 혜왕과 법왕이다.
쌍릉의 대왕묘 목관 안에서 1917년 출토된 금옥대 허리띠 장신구들도 무왕 주인설을 가로막는 유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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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 ‘서동요’는 7세기 초 신라·백제 사랑꾼들의 연애담이다. 신라 선화공주가 백제 청년 서동을 밤에 만났다는 야릇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노래의 사연이 깃든 곳이 전북 익산시 석왕동에 있는 두 기의 무덤 ‘쌍릉’이다.
백제 무왕(?~641)이 쌍릉의 큰 무덤인 대왕릉에, 선화공주는 작은 소왕릉에 잠들었다고 전해져왔는데, 2017~19년 발굴조사 결과 이는 상당 부분 사실이라고 발표됐다. 대왕릉은 1917년 일본 학자 야쓰이 세이이쓰가 처음 조사해 치아와 목관의 관재, 토기 등을 발굴했고,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2017년 재발굴을 벌여 인골을 발견했다. 이를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인골의 정체는 620~659년 숨진 60~70대 남성 노인으로 드러났다. 이에 부합하는 백제 왕은 600년 즉위해 641년 숨진 무왕이 유일하다. 소왕릉도 2019년 발굴했으나 선화공주임을 입증할 만한 유물은 나오지 않았다.
최근 이와 관련해 한 소장 연구자가 파격적인 반론을 제기했다. 야쓰이의 발굴 유물과 조사 자료를 소장한 국립전주박물관에서 2015년쌍릉 발굴 보고서를 펴낼 때 학예실장이었던 이주헌씨다. 그는 보고서에서 1917년 발굴 때 치아가 20~30대 여성의 것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선화공주 매장설’을 제기했었다. 그의 주장은 이후 인골 발견과 무왕의 신원 확인으로 이어진 쌍릉 발굴을 촉발했다. 이때 자신의 설을 사실상 논박당한 이씨는 지난 8일 동국대에서 열린 한국목간학회 학술발표회에서 ‘출토문자로 본 능산리형 석실의 역연대와 주인공’이란 논고를 내어 반박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 반박 논고의 요체는 지난 30여년간 공주·부여에서 숱하게 발견된 왕릉급 고분 발굴 과정에서의 고고학적 맥락과 출토품의 문자 기록 및 형태, 무왕 등 백제 왕들의 장례와 부장품에 대한 문헌기록 등을 도외시한 채 인골에 대한 과학적 분석 등에만 치중해 무왕 주인공설을 고착시켰다는 것이다. 쌍릉의 석실 단면은 6세기 말~7세기 초의 육각형을 띠고 있어서 7세기 중반 숨진 무왕보다 시기가 앞선 것이란 해석을 냈다. 이에 따르면 쌍릉의 두 무덤 주인은 무왕의 선대인 혜왕과 법왕이다.
쌍릉의 대왕묘 목관 안에서 1917년 출토된 금옥대 허리띠 장신구들도 무왕 주인설을 가로막는 유물로 지목된다. 북조~수나라 고급 관리들이 사용한 옥대 허리띠와 같은 계통으로 보이는데, 이씨는 이 허리띠는 당 현경 1년(656년)에 제정된 의복제도에서 처음 적용됐으므로, 641년 세상을 떠난 무왕이 재위했을 때나 장례 때 금옥대 허리띠를 입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왕설을 주장해온 이병호 동국대 교수와 쌍릉을 발굴한 이문형 원광대 연구원은 “사리감의 양식과 보수적인 무덤 석실 양식은 앞서가는 것과 오래된 것이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는데 수학적이고 기계적인 단계론적 가설로 쌍릉의 피장자 문제를 설명하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재반박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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