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트럭, 이스라엘 통행로로 가자 북부 첫 진입"
키프로스 떠난 구호품 선박, 14일 도착 예정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육로 통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봉쇄와 폭격 등으로 기아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미국, 유엔 등 국제사회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우리는 그곳(가자지구)에 인도적 구호품이 쏟아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외국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는 가자지구에 진입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자지구 내부는 분배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품 물량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루 전인 12일에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가자지구 북부의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 약 3주 만에 처음으로 구호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WFP는 "가자시티에 2만5천명을 위한 식량을 전달했다"며 지난 2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가자지구 북부에 구호품을 차량으로 성공적으로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이 기근 위기에 처했다"며 "(구호품을) 매일 전달할 필요가 있고 북부로 직접 들어가는 진입점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WFP 구호품을 실은 트럭 6대가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에서 멀지 않은 통행로를 거쳐 가자지구 북부로 진입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이스라엘 통행로를 통해 가자지구 북부로 직접 구호 식량이 전달되기는 처음이다.
30만명 정도의 주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자지구 북부에는 그동안 이스라엘의 통제와 치안 악화, 열악한 도로 상황 등으로 구호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의 인도적 지원에 전향적 태도를 보인 데는 미국 등 우방들까지 등을 돌리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육로를 통한 인도적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이달 2일 수송기 3대를 이용해 가자지구에 3만8천명분 식량을 공중에서 투하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대한 식량 투하 방침을 밝히면서 "우리는 가자지구에 수백 대의 트럭이 오가게 해야 한다"며 사실상 이스라엘에 육로 지원 확대를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달 7일 국정연설에서는 가자지구에 구호를 위한 임시항구를 구축해 바닷길로 구호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을 맞아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교전을 멈출 것을 촉구하며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지원이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게 운송의 모든 장애물을 없앨 것을 호소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인재라며 이스라엘을 향해 "굶주림을 전쟁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육로를 통한 가자지구 구호품 전달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상을 통한 지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를 떠난 첫 구호선은 14일 가자지구에 도착할 예정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 "구호품을 실은 선박 한 척이 키프로스에서 출발한 지 약 48시간 만에 가자지구에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국제구호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WCK)은 지난 12일 구호품 200t을 실은 구호선 오픈 암스호가 키프로스 라르나카 항구에서 가자시티 남쪽 해상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 배는 거의 50만명이 식사할 수 있는 200t의 식량을 이송 중이다.
WCK는 이번 구호선 운용이 가자지구 피란민을 위한 '해상 통로'를 열기 위한 시험 성격이며 현재 키프로스에 500t의 추가 물량이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가자지구로 가는 두 번째 구호선이 며칠 내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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