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의 솔푸드 ‘피나데니’…평범해 보이지만 감칠맛 훅 끌어올리네

박미향 기자 2024. 3. 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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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의 미향취향 괌 맛집 4곳
‘자메이칸 그릴’의 바비큐. 박미향 기자
미향취향은?

음식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의 ‘지구인 취향 탐구 생활 백서’입니다. 먹고 마시고(음식문화), 다니고(여행), 머물고(공간), 노는 흥 넘치는 현장을 발 빠르게 취재해 미식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정보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괌은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해외 여행지 목록 맨 앞줄에 있다. 비행기로 4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괌. 괌정부관광청 자료를 보면 한국은 괌 방문 1위 국가다. 지난해 괌 총입국자 수는 65만명을 넘었는데, 이 중에 37만명(57%)이 한국인이다. 괌 여행객들은 주로 괌 북쪽 투몬비치에 즐비한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물놀이하거나 해양스포츠를 즐긴다. 최근에는 괌 남쪽에 있는 탈로포포강을 여행하는 정글 체험 투어를 고르는 이도 늘고 있다. 괌 원주민인 차모로족의 문화와 생활양식이 오롯이 새겨진 가옥이나 역사 현장을 찾는 이도 있다.

괌 여행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무엇일까. 역시 끼니다. 맛집만 잘 골라도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한 나라를 이해하는 데 먹거리 콘텐츠만 한 게 없다.

‘자메이칸 그릴’의 생선 요리. 박미향 기자
‘자메이칸 그릴’의 생선 요리. 박미향 기자

괌에서 10여년간 거주하며 식도락을 즐긴 ‘롯데호텔 괌’ 김명선 세일즈 매니저가 괌 맛집 안내자로 나섰다. 그가 괌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 4곳을 추천한다.

그가 알려준 첫번째 식당은 수도 하갓냐(아가냐)에 있는 ‘자메이칸 그릴’. 1994년 문 연 ‘자메이칸 그릴’은 현지인뿐만 아니라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난 바비큐 전문 식당이다. 차모로족이 즐겨 먹은 양념과 자메이칸 저크 양념이 불향 가득한 그릴 요리에 곁들여진다. 괌 전체 인구의 37% 이상이 차모로인이다. 그들은 양념 ‘피나데니’를 식사 때마다 먹는다. 우리네 고추장이나 간장처럼 솔푸드다. 간장, 식초, 레몬주스, 잘게 썬 양파 등을 섞어 만든 소스인데, 그저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고기나 밥에 뿌려 먹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고기나 밥의 감칠맛을 배가시키는 마술을 부린다.

차모로인의 솔푸드 ‘피나데니’ 양념. 박미향 기자

피나데니는 한국에서 한동안 유명세를 탔다. 3년 전 방송 프로그램 ‘신상출시 펀스토랑’(KBS)에 출연한 배우 기태영이 아내 유진을 위해 피나데니를 만든 것. 유진의 고향은 괌이다. 아내 사랑을 피나데니에 담뿍 담았다. 저크 양념은 자메이카 전통 고기요리인 저크와 함께 먹는 소스다. 매콤한 향신료 여러 가지를 섞어 만든다.

지난해 말 ‘자메이칸 그릴’을 찾았다. 저크 양념으로 재운 후 잘 익힌 등갈비구이와 생선 요리를 주문했다. ‘자메이칸 그릴’ 종업원은 “저크 양념은 자메이카에서 직수입한다”고 말했다. 종업원이 들고 온 등갈비구이는 푸짐했다. 접시에 가지런히 늘어선 등갈비를 들추자 뜻밖에 밥이 보였다. 차모로인의 솔푸드 ‘레드 라이스’였다. 향신료 아나토(아치오테) 즙을 섞어 만든 밥이다. 치자 물로 지은 우리네 밥처럼 보였지만, 맛은 이국적인 향취가 가득했다.

‘롯데호텔 괌’의 특선 메뉴 ‘풀사이드 선셋 바비큐’. 박미향 기자

차모로식 바비큐는 괌에서 맛봐야 할 ‘시그니처 메뉴’다. 돼지고기나 닭고기, 생선 등을 양념에 재운 후 그릴이나 오븐에 굽는 음식이다. ‘롯데호텔 괌’의 특선 메뉴 ‘풀사이드 선셋 바비큐’도 차모로식 바비큐가 주인공이다. ‘자메이칸 그릴’은 누리집(jamaicangrill.com)를 보면 영업시간, 지점 등 여러 가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김 매니저가 두번째로 안내한 곳은 버거 식당이다. “도스버거는 수제버거를 파는 식당인데, 괌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정말 인기 많고, 괌 버거 페스티벌에서도 상을 여러 번 탄 곳”이고 알려줬다. 괌 전역에 매장이 여러 개인 도스버거는 샌드위치를 포함해 종류만도 20가지가 넘는다. 그가 “한국인들은 새우버거를 주로 찾는다”고 귀띔해준다. 가격은 11~18달러(1만4천~2만3천원대) 정도. 한국의 인기 있는 수제버거에 견줘 모스버거는 지나치리만치 소박해 보인다. 모양새만으로는 인기 요인을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입 베어 물면 단박에 매료되고 만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빵의 식감, 씹을수록 입안에 퍼지는 육즙이 가득한 패트는 모스버거의 장점이다.

‘모스버거의 버거들. 박미향 기자
‘모스버거’의 버거. 박미향 기자

괌에서 ‘데판야끼’ 식당을 빼놓을 수 없다. 철판에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와 각종 채소 등을 올려 익혀 먹는 음식이다. 김 매니저는 투몬샌드 플라자’ 1층에 있는 ‘조이너스 레스토랑 케야키’로 추천했다. 지난해 말 찾은 ‘조이너스 레스토랑 케야키’ 들머리 기둥에는 각종 미식 이벤트에서 수상한 이력이 적힌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디귿형 식탁에 앉자 요리사가 등장했다. 식탁 안쪽은 그가 능숙한 솜씨를 발휘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어디서 왔냐? 괌 여행은 재미있느냐?”고 친절하게 물었다. 지글지글 소리가 났다. 한여름 빗소리처럼 반가웠다. 해 질 녁 투모비치 파도 소리 같기도 했다. 그가 건넨 잘 익은 닭고기에서 달짝지근한 여행의 맛이 퍼졌다.

‘조이너스 레스토랑 케야키’의 음식. 박미향 기자
‘롯데호텔 괌’의 뷔페식당 ‘라세느’의 전복버터구이. 박미향 기자

김 매니저가 마지막으로 슬쩍 건넨 말이 있었다. “저희 호텔 뷔페식당도 인기가 정말 많아요.” ‘롯데호텔 괌’의 뷔페식당 ‘라세느’는 그의 말대로 장점이 많은 식당이었다. 현지에서도 입소문이 나 투숙객이 아닌 이도 예약을 서두를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말 찾은 이 식당에서 가장 눈에 띈 메뉴는 ‘전복버터구이’였다. 완도 앞바다 전복 양식장 같은 곳이 없는 괌에서 전복이라니, 낯설었다. 롯데호텔 괌 라세느를 총괄 지휘하는 이승엽 요리사가 이유를 말해줬다. “한국에서 매일 아침 항공편으로 공수해오는 우리 전복입니다.” ‘한식 메뉴 강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한다. 괌 전통식인 ‘어린 돼지 바비큐’도 메뉴다. 바삭한 껍질과 보드라운 속살의 맛이 조화롭다. 푸짐한 랍스터도 라세느를 찾게 하는 이유다. 잡채, 제육볶음, 김치찌개 등 한식뿐만 아니라 차모로 전통식 등이 고루 갖춘 뷔페식당이다. 가격은 1인당 59달러(약 7만원대).

괌/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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