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 왜 내세요?”… 중도금 무이자 혜택 끌리는 아파트 있는데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4. 3. 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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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최고 연 7%
분양가 인상 맞물리며 부담 증가
건설사 말만 믿고 계약했단 낭패
“기업 재정상태 꼼꼼히 파악해야”
견본주택 내 모형 [사진 = 연합뉴스]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로 청약시장이 얼어붙자 초기 분양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 등 금융 혜택을 내건 사업장들이 늘고 있다. 수요자도 은행 대출에 의지하기가 어려워진 만큼 자금 부담을 낮춘 단지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다.

과거에도 지방을 중심으로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내세우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수도권에서 분양을 하는 건설사들도 이런 조건을 앞세우기도 한다. 다만, 건설사들의 말만 믿고 덜컥 계약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1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분양에 당첨되면 대략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낸다. 이후 분양가의 40~60% 정도 되는 중도금을 4~6회에 결쳐 내야 한다. 잔금은 입주 시점에 납입하면 된다. 청약 당첨자 입장에서는 가장 비율이 큰 중도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보통 건설사가 주선하는 금융회사를 통해 중도금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만약 6억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면, 대략 1500만원 안팎(금리를 5%로 가정)의 중도금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건설사로서는 초기 분양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중도금 이자 감면’ 혜택을 내세우는 것이다. 일례로 두산건설이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일원에 공급 중인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용인’의 경우 계약자에게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 계약금 1차 1000만원 정액제 등 금융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 이자를 사업주체 측에서 부담해 계약자는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대우건설은 경기 평택시 평택화양지구 일원에 공급하는 ‘평택 푸르지오 센터파인’ 사업장에 중도금 대출 무이자 조건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 DL이앤씨도 강원도 원주시 일원에 분양 중인 ‘e편한세상 원주 프리모원 2회차’에 중도금 전액 무이자와 발코니 무상 확장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이앤씨 컨소시엄이 경북 포항시 일원에 분양 중인 ‘힐스테이트 더샵 상생공원’ 역시 중도금 대출 이자를 지원한다.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 = 연합뉴스]
계약금을 낮춘 단지들도 있다. DL건설은 ‘e편한세상 신곡 시그니처뷰’(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일원)에 계약금 1차 1000만원 정액제를, 두산건설은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 양정’(부산진구 양정동 일원)에 계약금 5% 혜택을 각각 제공 중이다.

통상 정당계약을 위해서는 분양가의 10~20%에 해당하는 계약금이 필요하지만, 이 부분의 비율을 낮춰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인 것이다.

분양업계에서는 시장 침체로 인해 이같은 금융 혜택의 중요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26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처음으로 적용돼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 데다가 금융사에서도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어서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3.50%다.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연 7.03%에 달한다. 수요자들이 납부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분양가 인상이 맞물리며 내 집 마련을 앞둔 수요자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1743만원으로 전년 동월(1571만원)보다 10.96% 올랐다. 특히 경기 24.83%(1723만원→2151만원), 서울 21.03%(3063만원→3707만원), 전남 16.97%(1061만원→1241만원), 강원 15.40%(1268만원→1464만원) 등은 상승률이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 축소 움직임으로 대출금리가 소폭 반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혜택을 통해 절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비용은 더 클 것”이라며 “올해 분양가 인상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실수요자라면 금융 혜택을 고려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보면, 건설사의 계획처럼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금 압박으로 청약 당첨자를 대신해 금융회사에 지급해야 하는 중도금 이자를 부담할 수 없는 사업장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분양가가 평균 6억원, 중도금이 3억6000만원, 금리 5%로 가정하면, 건설사로서는 공사 기간 2년 동안 가구별로 1800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분양 물량이 1000가구라고 치면, 건설사가 부담해야 하는 중도금 이자만 180억원에 이른다.

건설사가 부담하지 못하면 청약 청담자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 최근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건설사의 법정관리로 인해 대출 이자를 못 내게 되면서 계약자들에게 이자를 내라는 통보가 가기도 했다.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할 때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은 건설사 부도 때 아파트 공사를 마무리하는 용도로 쓰인다. 중도금 무이자 같은 마케팅 혜택은 보전해주지 않는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자금 여력이 없는 건설사가 중도금 무이자 같은 혜택을 약속하면, 분양 조건과 건설사의 자금 사정을 꼼꼼히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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