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밸류업’ 동참 근거 마련됐다···금융위, 7년만에 스튜어드십 고쳐 기관의 우수기업 투자 유도

김태성 기자(kts@mk.co.kr),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2024. 3. 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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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기관투자자 간담회 개최···밸류업 지수 개발 3분기 추진
김소영 부위원장 “가이드라인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발표·시행”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관련 기관투자자 간담회’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
국민연금 등 국내 증시를 움직이는 ‘큰 손’인 기관투자자들이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근거가 마련됐다.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기관투자자들의 행동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에 밸류업 관련 내용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개정되는 것은 2017년 제정 후 7년만인데, 이를 계기로 연기금이 한국 증시를 부양하는 첨병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관련 기관투자자 간담회’를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의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개정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타인의 자산을 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하는 7가지 원칙을 말한다. 현재 국민연금 등 4대 연기금과 125개 운용사 등을 포함해 총 222곳이 가입돼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세부 원칙을 모두 지키는 것이 기본이며, 예외적으로 일부 원칙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사유와 대안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과 관련해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에는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제고하여 투자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높일 수 있도록 투자대상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세번째 원칙이 있다.

이번에 한국ESG기준원은 기관투자자에게 ‘투자대상회사가 기업가치를 중장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시행·소통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이 원칙과 관련한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에 명시했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회사가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그렇지 않다면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등이 투자하는 기업에 밸류업 지원방안 참여나 이행 여부 파악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간담회에서는 우수 상장사를 담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상황에 대한 내용도 논의됐다.

이 지수는 기업가치가 우수한 기업을 중심으로 하되, 계량·비계량 항목에 대한 종합평가로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기업도 편입한다는 원칙하에 현재 한국거래소가 주축이 돼 개발 중이다.

내년에 신설되는 ‘기업 밸류업 표창’을 수상하는 등 밸류업 우수기업에게는 이 지수 편입 우대 혜택이 제공될 예정이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기존 주요 지수와의 차별화 방법, 구성종목 선정에 활용하는 지표의 적절성, 연기금의 적극적인 활용 유도 등에 대해 검토 중이다. 이를 토대로 금융위는 오는 3분기 중 지수개발을 마무리하고 4분기에는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상장시킨다는 목표다.

당초 6월로 알려진 밸류업 지원방안의 세부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 발표 시기도 다소 앞당겨질 전망이다. 가이드라인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하는 상장사들이 참고할 수 있는 밸류업 관련 공시 원칙과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7일 학계, 투자자, 기업 등을 대표하는 전문가로 구성된 밸류업 자문단을 발족해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시장의 기대가 큰 만큼,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발표·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관심을 모은 밸류업 참여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혜택과 관련해 “세제지원방안도 정부에서 적극 검토중이며 준비되는대로 조속히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감면책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김 부위원장은 밸류업 정책에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확대 계획을 세우고 시장과 소통하며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투자자가 제대로 평가해 투자 결정 및 주주권 행사에 반영할 때 상장기업들이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에서는 연기금이 국내 증시 ‘밸류업’을 주도할 수 있는 판이 깔린 만큼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국내주식 투자 비중이 14.3%로 2020년 21.19%에 비해 오히려 6%포인트(P) 줄었다. 중기자산배분 계획에도 2025년까지 15%까지 줄이는 것으로 잡혀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실장은 “일본 사례를 보면 과거 아베노믹스부터 최근 도쿄증권거래소의 밸류업 노력까지의 일련의 과정속에서 GPIF(일본공적연금) 등 일본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참여가 주가지수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하며 우리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근 국민연금은 2016년 이후 8년만에 가치형 위탁운용사 선정에 나서며 밸류업 정책에 동참할 것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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