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손들 짝짓기 방해될까 봐… 암컷 고래 ‘폐경’ 이유 밝혀졌다
과학자들이 이빨 고래류 암컷의 폐경이 수명을 늘리기 위한 진화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엑서터대 새뮤얼 엘리스 박사팀은 이빨고래류에서 암컷이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번식 기간은 늘리지 않으면서 총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폐경이 생기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 저널 네이처에 실렸다.
5000여 종의 포유류 중 폐경 후 연장된 수명을 사는 것은 육상에서는 인간이 유일하고, 바다에서는 들쇠고래, 흑범고래, 범고래, 일각돌고래, 벨루가고래 등 이빨고래류 5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이 자기 유전자를 미래 세대에 많이 전달할 수 있는 번식을 멈춘다는 것은 진화 생물학의 원칙을 거스르는 독특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이빨고래의 폐경 진화 가설들을 검증하기 폐경을 겪는 이빨고래류 5종에 대한 새로운 비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폐경이 있는 이빨고래 다섯 종의 암컷은 비슷한 크기의 폐경이 없는 다른 종 암컷보다 더 오래 살 뿐만 아니라 같은 종 수컷보다 수명이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명차이는 평균 40년(표준오차 5년)으로 추정됐다. 예컨대 범고래의 경우 수컷은 보통 40살 정도에 죽지만 암컷 범고래는 80대까지 살 수 있다.
연구팀은 폐경은 번식 기간이 딸이나 손녀와 겹치지 않게 하면서 자녀 및 손자·손녀와 함께 살며 도울 수 있는 기간을 늘려주는 것으로 추정했다. 늙은 암컷 개체의 폐경을 통해 짝짓기 경쟁을 줄이는 방식으로 자식과 손자, 손녀 세대의 번식을 돕는 것이다. 연구팀은 폐경이 있는 종의 자식 세대 번식 성공률이 폐경이 없는 종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종에 이익이 될 때 폐경이 진화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인간의 폐경 진화를 이해하는데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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