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남아프리카에서 온 모네와 앤디워홀"
■ 글 : 정승조 아나운서 ■
"하루 이틀 점점 많아지더니, 일주일 만에 평소 관람객 수의 10배인 1만 명을 돌파했어요."
학예사는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 주 만에 1만명 돌파라니.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오지 않았을까요.
당시 미술관 로비는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예상치 못한 인파에 놀란 전시.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한 전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가 아트홀릭 독자들을 기다립니다.
전시를 본 관람객들은 입을 모아 한결같이 말합니다.
"맛있는 미술 한 상을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이라고요.
그도 그럴 것이 '400년 서양 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이를 역사를 품은 도시 '경주'에서 만나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전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를 기획한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김민정 학예연구사'를 만났습니다.
▮ 아트홀릭 독자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아트홀릭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학예연구사 김민정입니다. 경주문화재단 소속으로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의 특별전 기획 등의 학예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어떤 전시인가요.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기획 전시입니다.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세계미술사를 총망라하는 최대 규모인데요.
아트홀릭 독자들께서도 아시겠지만, 지난해 프랑스의 세계적인 화가 ‘앙리마티스 라이프 앤 조이’ 전시를 선보였고요. 올해는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를 국내 최초로 개최한 건데요. 이번 전시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역사회 공헌을 위한 문화 메세나 활동 일환의 대형 특별전시이기도 합니다.
▮ 서양미술 400년, 한 자리에서 엿볼 수 있다니! 전시 구성, 궁금해집니다.
전시에서는 클로드 모네,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앤디워홀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작가의 작품, 아프리카 대표 명작 등 총 145점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모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립미술관인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의 소장품입니다.
기존 명화전과 달리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유화와 판화, 조각에 이르는 전 분야의 예술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하실 수 있어요. 잘 차려진 서양 미술 한 상을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거죠.
전시는 총 9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의 명작부터 인상파, 낭만주의, 나비파, 야수파, 컨템포러리 아트에 이르기까지 서양미술의 전반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 주요작 이야기 해 보지요. 먼저 클로드 모네의 '봄(1875)'. 작품을 보며 다가오는 봄이 기다려지더라고요.
말씀하신 작품은 인상파의 창시자로 추앙을 받고 있는 클로드 모네의 1875년작 '봄'입니다. 이번 전시의 메인작이기도 한데요.
클로드 모네는 생동감 넘치는 터치와 자연의 빛을 담아내려는 시도를 통해 순간의 분위기를 포착했지요. 서양미술을 좋아하는 관람객들이 애정하는 작가인 만큼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이고, 아트홀릭 독자들께도 봄처럼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그런가 하면 '에드가 드가'의 '두명의 무희들(1898)'. 책에서 보던 작품을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두 무희'는 1898년 에드가 드가가 종이에 파스텔로 작업한 작품인데요.
이 작품에는 삶의 순간, 움직이는 몸의 역동성, 제스처의 즉각성을 포착할 수 있었던 에드가 드가의 선을 다루는 미학이 잘 드러납니다. 잘 아시겠지만, 에드가 드가는 무용수들의 몸매가 왜곡되는 모습을 관찰하고 해부학적 구조를 묘사하는 것을 좋아했고요. 주제가 암시하는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잘 표현했습니다.
▮ '빈센트 반 고흐'의 '늙은 남자의 초상(1881-1883)'을 보면서는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그는 어떤 계기로 이 작품을 그리게 되었을까.
19세기 인상주의의 위기에 주목하고 그 언어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혁명적인 예술가들이 등장하는 시기에 빈센트 반 고흐의 ‘늙은 남자의 초상’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늙은 남자의 초상’은 그의 예술 훈련 초기 단계로 추정되는 목탄 드로잉 작품인데요. 반 고흐는 흑백 드로잉의 확고한 지지자였습니다. 그에게 흑백 드로잉은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내에 종이에서 얻을 수 있는 매체’였기에 그는 드로잉을 작품 제작의 기본 요소로 생각했었습니다.
▮ 이 외에도 파블로 피카소, 프란시스 베이컨,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워홀 등 챙겨봐야 하는 '20세기 이후의 작품'들도 눈길을 끌더라고요.
20세기 아방가르드 미술의 상징이며, 큐비즘을 통해 새로운 미술의 탄생을 알린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은 20세기 섹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걸작이죠.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은 4점의 판화와 1점의 파스텔화가 전시되어 있는데요. 특히 피카소의 파스텔화는 그의 일생 마지막 시기에 탄생한 작품으로 눈여겨보시기를 바랍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앵글로색슨 예술 시대에 근간이 된 작가 중 한 명인 '프란시스 베이컨'은 아일랜드 예술가의 환각적이고 강렬한 회화의 완벽한 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자의 초상에 관한 연구’는 예상치 못한 핑크색 배경, 찢긴 듯한 부식된 얼굴, 인물의 특징을 혼란스럽게 하는 붓질에 의해 왜곡된 감정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또 대중에게 친숙한 팝아트 작가인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앤디워홀의 작품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는 ( ) 이다."라고 한다면, 어떤 키워드를 괄호 안에 담고 싶으세요.
‘별(Star)’이라고 생각해요.
별은 행성 주위를 돌며 빛을 발하는 천체학적인 의미를 가지면서도 누군가에겐 의미 있는 스타의 의미도 있어요. 이번 전시 또한 수많은 전시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제게는 그야말로 '별(Star)'이라 생각하는데요. 이유는 이곳 경주에서 대형 기획전시를 유치했고 관람객들께서 많이 찾아주시거든요. 그야말로 별처럼 특별하지요. 관람객들에게도 이번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전시가 별처럼 의미 있게 다가가길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아트홀릭 독자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세계적인 거장 50여명의 원화 작품이 한자리에 모은 전시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는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느껴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시대 흐름별로 변화하는 작품과 함께 작가들의 생애를 따라 전시를 여유 있게 관람해 보시면 어떨까요.
여기에 더해 알천미술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실감미디어 아트 체험전이지요. 'The 경주:경주연대기'가 6개월간의 시설 점검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관람객들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니까요. 같이 챙겨보시면 유익함과 즐거움이 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경주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의 관광객에게 역사 유적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의 도시 경주를 각인시킬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 "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장소 :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 05. 26)
관람료 : 유료 (매주 월요일 휴관)
(사진 제공 :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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