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홍콩 ELS 배상 2000억 전망…충당금 압박 가중되나

백지현 2024. 3. 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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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평, 증권 판매액 중 1.1조 손실 전망
배상률 20% 적용시 배상액 2000억 예상
대형사 중 6곳 충당금 이슈로 전분기 적자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배상 방향을 공개한 가운데 증권사가 판매한 ELS 중 올해 1조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은 증권사에 적용하는 배상률을 20% 내외로 예상한다. 당국은 배상률 산정을 위한 공통가중요인에서 증권사 적용 배율을 은행에 비해 낮게 책정했다. 예상대로 20%의 배상률을 적용하면, 증권사들이 손실 배상을 위해 지급해야하는 액수는 2000억원 상당이다. 은행권에 비해 부담이 적긴하나, 이미 충당금 압박에 적자의 늪에 빠진 증권사에는 손실 배상이 이중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홍콩 ELS 손실 배상 약 2000억 관측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홍콩 H지수 기초 ELS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1~2월 만기가 도래한 2조2000억원 중 손실을 확정한 금액은 1조2000억이다. 이중 증권사 판매분만 골라내면 2000억원으로 집계된다.  

한국기업평가는 금감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증권사 ELS 판매잔액 중 올해 총 1조1000억원(기존 2000억원+추가 9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3월 이후 만기가 다가오는 금액은 16조6000억원이다. 여기서 추가 손실이 예상되는 금액은 4조6000억원인데, 역산해보면 추정손실률은 27.7%다. 16조6000억원 중 증권사 판매액은 3조1000억원으로, 이 손실률을 대입해보면 9000억원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당국에서는 은행, 증권의 평균적인 배상률을 20~60%로 추정한다. 지난 11일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ELS 손실배상안 발표 브리핑에서 "현재 단계 데이터를 기준으로 예상해보면 다수의 케이스가 20~60%에 분포할 것"이라며 "향후 개별적 사실 관계에 따라 배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증권사들은 당국의 설명대로 △온라인 판매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이미 당국에 신고된 증권신고서를 제시했다는 점 때문에 배상비율이 은행 대비 더 낮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이 제시한 분쟁조정안에서 배상비율 가산요소(공통가중) 중 '내부통제부실'의 경우, 은행은 5%포인트(비대면), 10%포인트(대면)가 가산되는 반면 증권사는 은행의 절반 수준인 3%포인트(비대면), 5%포인트(대면)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이 책임져야할 손실배상비율은 20% 전후로 거론된다. 증권사 파생상품관계자는 "공통가산요소가 절반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증권의 손실배상비율은 20%안팎으로 본다"며 "대형사가 판매한 금액이 3000억~5000억원가량인데 손실률 50%, 배상율 20%가 적용되면 한 회사당 배상액은 300억~500억원 상당"이라고 내다봤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판매사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으니 배상액 규모를 추정하긴 어렵다"면서도 "증권사 창구는 보다 숙련된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고, 오프라인으로 판매한 경우 대형사 중심이라 시스템을 잘 갖춰놨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 자료에서도 증권사가 은행보다 적용받는 가중치가 낮다는 점도 눈여겨봐야한다"고 덧붙였다. 

다올투자증권은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투자·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가 부담해야 할 배상액을 2315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본배상비율에 개별요인을 제외하고 공통가중인 내부통제부실 요소만 반영한 수치다. 1개사 평균으로 따져보면 463억원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적자에 빠진 증권사들, 충당금 압박 커질 듯 

일각에선 이번 ELS 손실 배상으로 증권사 수익성이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고있다. 실제 배상까진 시일이 걸리겠지만, 통상 충당부채로 먼저 쌓아놓은 후 배상금으로 납부하기 때문이다. 

이미 증권사들은 작년 라덕연 게이트 등 주가조작사태로 인해 발생한 미수금, 보유 부동산 부실화 우려 등으로 충당금을 대거 쌓아둔 상황이다. 

충당금 압박에 실적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자기자본이 2조원 넘는 10대 대형사들의 작년 순이익 합계는 3조4259억원으로 전년대비 17% 뒷걸음 쳤다. 최근 분기인 4분기만 따져보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10개사 가운데 하나증권(-2529억원), 키움증권(-1892억원), 미래에셋증권(-1892억원), 신한투자증권(-1255억원), 한국투자증권(-258억원), 삼성증권(-71억원) 등 6곳이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손실배상 자금 마련이 더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 대응가능한 범위는 있겠지만 최근 부동산 이슈로 분위기가 좋지 않고 상반기까진 충당금 이슈가 이어지는 가운데 ELS 손실배상이 부담을 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검토, 투자자 소송 등을 거치다 보면 연말까지 배상액이 확정되지 않을 수 있다"며 "회사가 올해 충당금 이슈로 실적이 너무 좋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2025년으로 충당금 마련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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