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쪽 계약서, 1초만에 요약”…업무방식 완전히 뜯어고친다는 ‘이 회사’
전직원에 맞춤형 비서 지원
AI가 공장서 실시간 품질 확인
환율·원재료 가격 전망하기도
최근 LG화학 법무팀 소속 A변호사는 수백 쪽에 달하는 계약서의 요약본을 자사 인공지능(AI) 플랫폼을 이용해 한번에 확인했다. LG화학의 AI 계약 검토 솔루션을 활용하면 계약서 전체 내용 요약은 물론 위험성이 높은 조항 확인도 바로 가능해 검토 시간을 기존 대비 30% 줄일 수 있다. 법률 리스크가 높은 조항을 중요도에 따라 빨강, 초록, 노랑으로 등급에 따라 분류해주기도 한다.
생산팀 소속 B차장은 LG화학 AI 플랫폼을 통해 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패널용 필름(POE) 품질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 생산 중에 몇시간마다 품질을 검사해 이상이 있으면 제품을 파기해야 했지만 AI 플랫폼 덕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LG화학은 전 직원이 활용할 수 있는 AI 분석 솔루션인 CDS(Citizen Data Scientist) 플랫폼을 개설하고 이를 통해 임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꾼다고 13일 밝혔다. CDS 플랫폼을 통해 코딩이나 분석 관련 전문 역량이 없는 임직원도 자신이 보유한 업무 지식과 데이터를 활용해 인사이트를 발굴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모든 직원이 사내에서 개인 맞춤형 AI 비서를 가지게 된 셈이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코딩을 잘 모르는 40여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CDS 플랫폼 파일럿 운영 기간을 가졌고, 이 기간 동안 20여개의 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코딩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직원이 RO멤브레인(역삼투막) 생산 공정의 최적화 조건을 도출하고, 이를 통해 고객들이 선호하는 최상위 등급의 염제거율을 갖춘 제품의 생산 비율을 4배 이상 높이는 등 성과가 잇따랐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또 다른 직원은 배터리 분리막 제품의 품질 개선점을 이틀만에 찾아내기도 했다.
파일럿 기간 운영 후 LG화학은 품질 예측, 공정 이상감지, 이미지 기반 불량 분류 등 업무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분석 템플릿을 구축해 제조, 품질, 영업 등 직무 구분없이 누구나 손쉽고 빠르게 AI 분석에 접근 가능한 환경을 구축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파크원을 방문해 LG화학의 CDS 플랫폼을 직접 시현해봤다. AI 추진팀이 공개한 CDS 플랫폼에선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여수와 대산 공장에서 생산 중인 제품과 관련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대쉬보드 형태로 한눈에 생산, 공정, 설비 상황이 나타났고, AI는 사업부별로 공정에 이상 징후가 없는지 분석했다. 석유화학 부문에선 NCC 공정의 품질을 예측하고, 첨단소재 부문에선 양극재 생산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CDS 플랫폼 개설로 비제조 분야에 해당하는 CTO 산하 R&D 조직, 구매, 재무 부서도 AI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구매 조직은 특정 부품이나 원재료를 구매할 때 CDS 플랫폼을 활용해 거래처로부터 받은 견적이 적정한 가격인지 확인할 수 있다. AI가 품목별 과거 구매 이력을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분석해놨기 때문이다. 현재 LG화학은 납사 가격과 탄소배출권 가격, 환율 추이를 예측하는 도전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향후 구매, 재무 조직에서 이를 활발하게 이용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LG화학은 사내 생성형 AI를 구축해 임직원이 질문을 하면 AI 시스템이 답변을 도출해내는 플랫폼도 제작했다. 사내 문서와 메뉴얼이 입력돼 있어 모든 임직원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성범 LG화학 AI추진팀장은 “담당자가 휴가를 가거나 부재 중이어도 AI 플랫폼을 활용하면 생성형 AI가 전문가처럼 답을 해주고, 관련한 사내 문서를 볼 수 있도록 출처를 달아주기 때문에 시간을 전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업무 시스템으로 팀즈와 같은 협업 솔루션,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연계된 AI 기반 챗봇, 사내 용어까지 최대 24개국어로 번역해주는 인공지능 번역기 등을 활용하고 있다. 정주형 LG화학 DX 전략 운영팀장은 “CDS 플랫폼을 이용하면 모든 영역에서 임직원 모두가 객관적인 의사 결정을 하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고객가치 증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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