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횡재 비명횡사'로 막 내린 민주 공천…공천갈등 해소 '과제'

이종희 기자 2024. 3. 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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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비명계 의원 줄줄이 낙마…친명계 원외 인사 약진
경선으로 내몰린 비명계 탈락에 공천 갈등 우려 여전
지도부 '공천 혁명' 자화자찬…당 통합 우려 목소리도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을 앞두고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4.03.13.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4·10 총선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민주당 공천 과정은 '친명횡재 비명횡사' 한 단어로 요약된다. 비명(비이재명)계 현역들이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인사들에게 줄줄이 탈락하면서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이같은 결과를 '시스템 공천이 이룬 공천 혁명'이라고 자화자찬했지만 당내에서는 '비명횡사' 후유증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선거 본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가운데 당내 공천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발표된 10차 지역을 마지막으로 경선 일정이 끝났다. 일부 결선이 진행 중인 지역구와 험지인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구에서 공천 과정이 마무리된 모양새다.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과 격전지인 수도권 등 총 17곳의 경선 지역 결과를 발표했다.

최대 관심사였던 경기 안산갑 경선은 친명계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친문(친문재인)계 핵심 전해철 의원은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전 의원은 경선에 앞서 현역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는데, 득표율 감산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은 현역 의원을 꺾고 공천권을 따냈다. 당대표 특별보좌역인 이건태 변호사는 경기 부천병 경선에서 비명계 현역 김상희 의원을 눌렀다. 모경종 전 당대표실 차장은 친문계 신동근 의원과 비례 현역인 허숙정 의원을 제쳤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은 앞서 발표된 경선에서도 비명계 현역들에게 승리를 거뒀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패배했다.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박 의원은 결선을 넘지 못했다. 박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의 사전 유출 및 기획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재심을 신청했다.

하위 20%로 통보를 받은 비명계 송갑석 의원은 광주 서구갑 경선에서 친명계 조인철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에게 패했다. 친문계 도종환 의원도 친명계 이연희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에게 패해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비명계 이용우 의원도 경기 고양정 경선에서 친명계 인사에게 패배했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던 비명계 중진 박광온 의원도 친명계 김준혁 전략기획부위원장에게 충격패를 당했다. 박 의원은 경선이 끝나고 하위 20% 통보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강병원 의원은 서울 은평을 경선에서 자객 출마 논란을 빚은 친명계 김우영 전 강원도당위원장에게 패배했다.

하위 10% 통보를 받은 김한정 의원과 윤영찬 의원도 득표율 감산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낙마했다.

공천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비명계의 탈당도 이어졌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권 통보를 받은 김영주 국회 부의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홍영표·박영순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했다. 설훈 의원은 탈당파 의원들을 규합하는 작업에 나섰다.

비명계 원외 인사들도 경선 문턱에서 좌절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재됐으며, 노영민 전 비서실장도 충북 청주상당 경선에서 떨어졌다.

공천 과정에서 친명계와 지도부는 대부분 단수 공천을 받고 비명계는 경선을 치르라는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이 나오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단수 공천을 확정한 현역 의원 가운데 비명계는 고민정·윤건영·이인영·김영배 의원 등을 제외하며 소수에 그쳤다.

경선으로 내몰린 비명계가 대거 탈락하는 결과가 나오면서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지도부와 당 공관위는 공천 갈등 논란을 일축하면서 '혁신 공천', '공천 혁명'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시스템 공천으로 높은 현역 교체율을 이뤘다고 평가하면서 "혁신과 통합은 민주당의 시스템 혁신 공천을 통해 달성됐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경선 결과에 대해 "민주당 공천은 혁신 공천", "위대한 국민과 당원의 뜻"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한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용진 의원의 재심 청구를 가벼이 여기지 말기 바란다. 저격수를 자처하고, 막말과 저질 활극을 일삼는 사람이 공천을 받게 해서는 안된다"며 "당대표께서 '빵점짜리' 의원, '안될것 같으니 탈당', '시스템은 공정', '공천은 혁신'이라는 말씀으로 공천에서 배제된 의원들을 2차 가해하고 조롱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선거대책위원회 출범과 함께 총선 유세 일정에 돌입하는 가운데 공천 갈등을 잠재울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당내 우려도 여전하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 갈등이 이어지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공천 과정이 모두 완료되면 선대위 차원에서 당 통합 메시지를 낼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는 공천 갈등을 뒤로 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달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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