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지는 지구 때문에…중국 GDP 매년 1000조원 '증발'할 수도
25년 내 중국의 GDP(국내총생산)가 연간 최대 5%까지 사라질 수 있다는 중국과 미국, 영국 등 주요국가 합동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때문인데,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 해 중 하나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기후변화 대처에 소극적인 중국의 역할론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중국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칭화대 관다보 교수(경제학)를 수석 저자로 하는 중국과 미국, 영국, 캐나다 합동 연구진은 최근 해당 내용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고 "2060년이 되면 온난화에 따른 전세계의 총생산 손실이 연간 최대 전년 대비 4.6%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GDP 손실의 핵심 원인은 온난화가 전세계적으로 식량 및 에너지, 광물 공급 국가에 미칠 타격이다. 높은 기온에 노출되면서 식량 생산량은 줄어든다. 노동력의 건강비용은 늘어나고 노동생산성은 손실을 입는다. 원자재와 식량 가격은 높아진다. 생산비용 증대는 공급망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각국의 경제적 손실을 불러온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특히 지구온난화에 따른 고통은 개발도상국들에 더욱 불균형적이고 강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중남부 아프리카에서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건강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연구진은 "중남부 아프리카의 노동력 손실은 전망은 전세계 평균에 비해 2~4배 높았고, 서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노동생산성 손실은 최대 3.3배까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온난화에 따른 공급망 붕괴는 노동생산성은 물론 자원과 에너지를 가장 역동적으로 빨아들이는 중국에 특히 광범위한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관 교수는 "중국에서는 섭씨 4~7도(화씨 약 39~45도)의 온난화 시나리오 속에서 폭염으로 인해 2050년이 되면 중국에서 연 3~5%의 GDP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 자체의 노동생산성도 저하될 것이며, 아프리카 등 기후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안 된 중국의 긴밀한 무역파트너들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건설이나 광업, 농업 등 분야는 폭염에 취약하고 대책이 거의 없는데, 이런 부문의 원자재 수입이 감소하면 중국의 해당 산업은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지난해 GDP는 126조582억위안(약 2경3050조원)이다. 5%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 돈 약 1153조원이다. 중국은 지난해 전년 대비 5.2% GDP 성장률을 기록했고 올해도 5% 안팎 성장을 목표로 세운 상태다. 3~5% 손실이 현실화한다면 온난화 탓에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긴밀히 연결된 서구 주요 경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경우 세계 최대 대두 수입 대상인 아메리카 대륙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으면 공급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관 교수는 "빠르게 온난화하는 세계는 탄소 배출량 감소 목표치를 엄격히 수립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도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에 비슷한 수준으로 중점을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물론 이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연구결과다. 대책을 마련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2050년을 목표로 하는 공격적인 탄소배출량 감소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대응에 미온적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굴뚝산업이 경제 구성원 중 지배적 역할을 하고 있는 데다 쓰레기 배출 및 처리에 대한 인민의 의식수준이 낮다. 당장 탄소배출량 목표치를 설정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상황은 중국을 그대로 놔두지 않는다. EU(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 C3S(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는 1월 전세계 평균 기온이 13.14도로 역사상 가장 따뜻한 1월이었다고 확인했다. 또 홍콩 SCMP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가 작년보다 더 더운 해가 되는데 그치지 않고 역대 가장 따뜻한 해로 5위권에 들 가능성이 99%라고 전망하고 있다.
관 교수는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난화를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데 성공해도 세계는 앞으로 수십년간 더 빈번하고 심각한 기후 극한현상으로 계속해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배출량을 줄이는 한편 탄력적인 국제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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