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숨겼니’ KBL도 부끄러웠나? 신인왕은 MIP·식스맨상 받을 수 없는 형편없는 제도 변경, 시즌 전 결정 후 늦장 발표 [MK초점]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4. 3. 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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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도 형편없는 제도 변경이 부끄러웠을까. 그동안 숨겨왔던 기량발전상 및 식스맨상 제도 변경을 5라운드 이후 늦장 발표했다.

KBL은 이번 달 초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5라운드 결산 보도자료에 놀랄만한 소식을 전했다. 기량발전상과 식스맨상 수상 기준을 새로 정리한 것이다.

KBL은 기량발전상에 대해 MVP, 베스트5, 신인상, 기량발전상 역대 수상자 제외, 식스맨상에 대해선 MVP, 베스트5, 신인상 역대 수상자가 제외된다고 밝혔다.

오재현은 가장 강력한 기량발전상 후보였지만 KBL은 그를 외면했다. 사진=KBL 제공
프로 스포츠가 갖는 의미에 대해 1%도 모르는 이들의 의견이 반영된 듯하다. 그만큼 이해할 수 없고 논리가 없는 제도 변경이다.

물론 이해되는 부분은 있다. 기량발전상에 MVP, 베스트5, 그리고 역대 기량발전상 수상자 제외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신인상 수상자가 제외되는 건 어떤 생각으로 이러한 선택을 내렸는지 알 수 없고 또 이해할 수 없다.

신인상은 데뷔 후 1시즌, 길게 보면 2시즌 내 최고 신인이 받을 수 있는 상이다. 그들이 성장, 식스맨상 및 기량발전상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건 농구를 모르더라도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일. 여기서 한 단계 더 성장, MVP 후보가 되는 건 기본적인 상식이다.

이러한 성장 스토리는 프로 스포츠의 재미를 더하는 핵심 요소다. KBL은 프로 스포츠의 기본 자체를 무시했고 그들이 왜 농구대잔치 시대 이후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잃었는지 몸소 증명했다.

이로 인해 오재현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기량발전상 후보임에도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선형의 부상 공백을 채우며 SK의 봄 농구를 이끈 주역인 오재현. 그는 올 시즌 평균 27분 11초 동안 11.5점 2.7리바운드 2.7어시스트 1.3스틸,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2022-23시즌과 비교해도 2배 이상의 성장 폭을 보였고 팀내 차지하는 비중은 10배 이상 올라섰다. 그러나 기량발전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오재현의 기량발전상 후보 탈락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신인상을 받는 선수들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동기부여를 잃었다. KBL로 인해 말이다.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상 후보 유기상, 그는 신인왕이 되는 순간 기량발전상을 받을 수 없다. 사진=KBL 제공
식스맨상도 마찬가지다. 2017-18시즌 김주성은 프로 커리어의 마지막 시즌에 식스맨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물론 당시에도 의견차가 있었지만 그가 원주 DB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끈 핵심 식스맨이었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었다.

MVP, 베스트5, 신인상을 수상한 어떤 선수라도 결국 식스맨이 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들이 팀내 핵심 역할을 맡았을 때 식스맨상을 받을 기회는 마련되어야 한다. KBL은 이를 자신들의 손으로 박탈했고 또 무시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기량발전상, 식스맨상 기준 변경이 2023-24시즌 개막하기 전에 결정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5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침묵했던 KBL이다. 직무유기 수준의 행정. 결국 피해는 선수들의 몫이다.

그동안 KBL의 행정, 그리고 진행한 제도 변경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보다 이해 못 할 부분이 더욱 많았다. 논리는 찾기 힘들었고 억지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렇기에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그러나 이번 기량발전상 및 식스맨상 기준 변경처럼 기습적으로 발표, 모두를 당황케 한 적은 많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일은 끔찍하다.

이번 제도 변경을 통해 전보다 많은 기량발전상, 식스맨상 수상자가 나올 수는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시도한 제도 변경으로 보인다. 다만 KBL로 인해 올 시즌 기량발전상, 식스맨상 수상자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아니 받기 힘들다. KBL의 억지스러운 제도 변경이 결국 선수들을 흔들리게 했고 동기부여를 빼앗았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번 제도 변경을 시도하고 찬성한 이들의 머릿속에 KBL의 부흥과 흥행이 있는지 궁금한 일이다.

김주성 DB 감독은 프로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에 식스맨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은퇴했다. 사진=KBL 제공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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