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게 막을게"→"못 막으면 제가 막으면 되죠"…KS 아픔 지웠다, 2000년대생 '필승 공식' 의기투합

이종서 2024. 3. 1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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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현(왼쪽)-손동현.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시범경기 KT와 SSG의 경기. KT 박영현이 역투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3.12/
12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시범경기 KT와 SSG의 경기. KT 손동현이 역투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3.12/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영현이는 거침없이 플레이해요."(손동현), "동현이는 항상 차분해요."(박영현)

KT 위즈는 올 시즌 필승조가 재편됐다. 지난해까지 붙박이 마무리투수로 169세이브를 기록한 김재윤이 FA 자격을 얻어 삼성 라이온즈로 떠났다.

새 마무리투수는 박영현(21)이 맡는다. 일찌감치 이강철 KT 감독이 마무리투수로 '찜'해둔 투수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KT에 입단한 박영현은 시속 150㎞대의 묵직한 직구를 배짱있게 던진다. 데뷔 첫 해부터 52경기에서 51⅓이닝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하며 경험을 쌓았고, 지난해에는 68경기에서 3승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로 홀드 1위를 기록했다.

손동현(23)은 박영현에 앞서서 셋업맨 역할을 할 예정이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21순위)로 KT에 지명돼 2년 간 1군 중간 투수로 뛴 뒤 상무에 입대해 병역을 해결했다. 지난해 돌아온 그는 64경기에서 8승5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42으로 허리를 책임졌다.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T의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에서 승리한 KT 박영현이 기뻐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1.07/

둘의 존재감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빛났다. 박영현은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 나와 5이닝 무실점으로 '철벽투'를 하며 2홀드를 올렸다.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첫 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2차전에서 홈런 한 방을 비롯해 ⅔이닝 2실점으로 다소 고전했다. 이후 두 차례 추가로 나와 각각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손동현은 플레이오프에서 5경기에 나와 7이닝을 던져 1승1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체력적으로 부침을 겪기 시작했고, 4경기에서 3⅔이닝 2실점을 했다.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PO 5차전 NC와 KT의 경기, 6회초 수비를 무실점으로 마친 KT 손동현이 환호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1.05/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친 KT는 이들의 활약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지만, 결국 우승은 LG에게 넘겨줬다.

아쉬움으로 1년을 마친 둘은 올 시즌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박영현은 "아시안게임에 다녀와서 안 좋았던 부분이 있었는데 한국시리즈 때 다시 감을 잡았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올 시즌 공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라며 "(손)동현이 형이 팀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서 멋있었다. 동현이 형을 믿고 공을 던지다보니 시너지가 난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손동현은 "좋았던 기억도 있지만 결과가 안 좋았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그래도 포스트시즌 경험이 올 시즌 준비에는 큰 도움이 됐다. 가을야구 때 공이 좋았고, 내 공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라며 "(박)영현이가 포스트시즌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와서 미안했다. 영현이가 2루타를 맞고 점수를 줬는데, 내가 볼넷을 주지 않았다면 더 편하게 막았을텐데라는 미안함이 있다"고 했다.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T의 한국시리즈 2차전. 7회말 2사 1루 KT 박영현이 마운드로 향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1.08/

올 시즌 비중이 높아진 만큼, 더욱 철저하게 몸을 만들었다. 박영현은 "기장 캠프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오키나와에서 (고)영표 형 등 형들과 이야기하다보니 내 폼을 찾았다"고 말했다.

손동현은 "작년 시즌 내 공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가 막바지에 좋은 느낌을 받았다. 올해도 그 좋은 느낌을 유지하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자리에서 경쟁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시범경기에서는 나란힌 위력적인 피칭을 하면서 정규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손동현은 4회 올라와 2이닝 1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뒤이어 올라온 박영현은 2이닝 무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했다.

마운드에서 타자들을 꽁꽁 묶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둘의 모습은 닮은 듯 달랐다. 손동현은 "(박)영현이는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인드가 있다. 거침없이 마운드 위에서 플레이를 한다. 본받고 싶다"고 했다. 반면 박영현은 "동현이 형은 항상 차분하다. 표정에서도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점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PO 5차전 NC와 KT의 경기, 8회초 KT 박영현이 NC 권희동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환호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1.05/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PO 5차전 NC와 KT의 경기, 7회초 2사 2루 KT 손동현이 NC 서호철을 외야플라이로 잡아내 이닝을 마치며 환호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1.05/

올 시즌 둘의 활약에 따라 KT 뒷문 단속이 달렸다. 손동현은 "지난 가을야구 때 감독님이 엄청난 믿음을 주셨다. 믿음받는 투수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됐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1년 내내 믿음 받는 투수가 되고 싶다"라며 "영현이도 마무리가 꿈이었고 이제 첫 시작이다. 영현이가 힘들지 않게 그 앞에서 깔끔하게 막고 내려오고 싶다. 영현이도 뒤에서 멋있게 팀의 슬리를 지켜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영현은 "지금 폼이 많이 좋아졌다. 시즌에도 똑같이 유지하고 싶다. 마무리라는 다른 자리에서 새 시즌을 맞는 데에 책임감을 느낀다. 설렘 반 기대 반"이라며 "동현이 형이 못 던지면 내가 막으면 된다.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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