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입설 불러 온 ‘붉은색 유니폼 논란’ 설득력 있나? 냉정한 Q&A
국내프로축구 2부리그 충남아산은 지난 9일 홈 개막전에서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다. 원래 아산의 홈 유니폼은 파란색, 원정 유니폼은 흰색이다.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을 홍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구단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래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Q. 무슨일이 발생했나.
A.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충남아산-부천FC전이었다. 홈팀 충남아산은 아래위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다. 충남은 지난 3년 동안 파란색(홈), 흰색(원정) 유니폼을 착용해왔다.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경귀 아산시장은 이날 구단이 주는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시축했다. 충남아산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구단 운영비 대부분을 받는 시도민구단이다.
Q. 비판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홍보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공교롭게도 김 지사, 박 시장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프로축구연맹 지침상 축구장 안팎에서는 정치활동이 금지돼 있다. 이날 경기장 안에서 명함을 돌리는 정치인도 있었다. 경기장 밖 매표소 근처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몰려 유세를 했다.
Q.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것 자체가 잘못됐나.
A.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구단은 붉은색 유니폼을 지난해 말 연맹에 세번째 유니폼으로 등록했다. 3개 이상 유니폼을 등록한 구단들도 다수다. 다만 의아한 것은 파란색 홈 유니폼을 왜 갑자기 완전히 다른 색깔인 붉은색으로 바꿨냐는 것이다. 유니폼 색깔은 구단 정체성을 뜻한다. 서포터스가 “축구는 정치도구가 아니다”는 현수막을 내건 건 당연했다.
Q. 그동안 아산은 어떤 유니폼을 입어왔나.
A. 2020년까지 노란색(홈), 흰색(원정)을 입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홈은 파란색, 원정은 그대로 흰색을 착용했다. 당시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세현 시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색깔은 파란색이다. 오 전 시장은 2022년 홈 개막전에서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관중 앞에서 인삿말을 했다. 참고로 구단 로고는 노란색과 파란색, 흰색으로 구성돼 있다.
Q. 구단은 뭐라고 해명했나.
A. 이준일 대표이사는 “빨간색 유니폼은 국가대표 팀 색깔 흉내냈고 지난해 10월 내가 만들라고 직접 지시했다”며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나는 민주당원”이고도 덧붙였다. 구단은 지난해 말 구단 정체성을 이순신 장군에 맞춰 바꿔보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래서 3번째 유니폼 색깔, 경기장 내부 깃발 색상, 경기장 입구 등을 이순신 장군 컵셉에 맞춰 바꿨다. ‘아산 성웅 이순신축제’는 4월24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다. 구단은 그 기간까지만 홈에서 붉은 유니폼을 입겠다는 입장이다.
Q. 축구단이 유니폼을 완전히 다른 색깔로 바꾸는 경우가 있나.
A. 인천유나이티드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7년 동안 검은색, 파란색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2012년 허정무 감독이 검은색, 빨간색으로 갑자기 바꿨다. 팬들이 항의했지만 허 감독은 “파란색을 전통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대전 하나시티즌은 2020년 하나은행이 인수한 뒤 유니폼 색깔이 바뀌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자주색이 조금씩 옅어졌고 2022년에는 녹색이 더 넓어졌고 짙어졌다. 하나금융그룹 로고는 붉은색, 녹색으로 제작됐다. 오스트리아 구단 레드불 잘츠부르그는 전통적으로 보라색, 흰색, 검은색 유니폼을 입다가 2005년 레드불이 인수한 뒤 기업 로고 색깔인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유니폼 색깔이 파격적으로 바뀌는 경우는 흔하지는 않다. 다만 구단 역사가 짧을수록 자주 바뀌는 경향이 있는 건 맞다.
Q. 프로축구연맹이 구단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A. 붉은색 유니폼에 대한 것은 아니다. 붉은색 유니폼은 지난해 연맹에 등록된 유니폼이라서 규정을 위반하지도 않았고 절차상 문제도 없다. 연맹이 경위서를 요구한 것은 경기장 밖 유세 활동에 대해서다. 연맹은 올해 초 모든 구단에 경기장 안팎에서 선거유세를 막으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치인들이 경기장 안, 특히 밖에 모이는 걸 구단이 물리적으로든, 행정적으로든 막을 방법은 없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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