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여성의 임신중절 자유를 헌법에 넣은 프랑스, 우리나라 상황은?

안혜민 기자 2024. 3. 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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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임신중절권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는 경칩이 지나가고, 어느새 낮과 밤이 같아지는 춘분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낮엔 10도 이상 오르다 보니 어느새 포근한 봄날씨를 느낄 수 있더라고요. 이제 곧 있으면 봄을 알리는 꽃들도 거리를 가득 메울 생각에 마음이 두근두근해집니다.

오늘 마부뉴스는 프랑스 에펠탑에 걸린 #MybodyMyChoice를 표지로 선정해 봤습니다. 지난 5일, 프랑스에서는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임신중절권을 인정해 주는 개헌이 이뤄졌죠. 수많은 사람들이 파리 에펠탑에 모여 폭죽을 터뜨리고 환호했습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선 신체 자율성과 임신중절권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을 국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해 준비해 봤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헌법에 임신중절권 넣은 프랑스, 우리나라의 상황은?
 

프랑스가 임신중절권을 헌법으로 보장하다

프랑스에서 헌법이 개정되는 단계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됩니다. 일단 하원에서 헌법 개정안이 통과해야 하고, 그다음으로는 상원에서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가지고 표결을 진행해서 통과해야 하죠. 하원과 상원을 통과한 다음,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이 소집한 상·하원 합동 특별회의에서 재적한 의원의 5분의 3 이상 찬성을 받게 되면 헌법을 수정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 1월 30일 프랑스 국회가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프랑스 헌법에 명시하는 법안에 대해 표결을 했습니다. 하원에서는 찬성 493표, 반대 30표를 받아 압도적인 찬성으로 승인되었죠. 다음 단계는 상원입니다. 현재 프랑스 상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LR, Les Républicains) 의원들 가운데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의원들이 많아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랐는데, 2월 28일 상원 표결에서도 찬성 267표, 반대 50표로 무난한 통과가 이뤄졌습니다. 반대 50표 중 41표가 공화당 의원들의 선택이었지만, 72명의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졌고요.

법안이 양원을 통과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특별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3월 4일, 특별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헌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 780표, 반대 72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개정된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라는 문구가 추가되었어요. 헌법에서 임신중절권을 보장한 건 프랑스가 세계 최초입니다.
 

임신중절 수술이 데이터로 관리되는 프랑스

사실 프랑스에선 1975년에 만들어진 '베이유 법'에 따라 임신중절이 비범죄화되었어요. 당시 프랑스 보건부 장관이었던 시몬 베이유가 만든 베이유 법에선 임신 10주 내의 임신중절을 허용해 줬거든요. 물론 당시의 베이유 법은 5년간 적용되는 한시법이었지만, 1979년 법이 개정되면서 한시법의 꼬리표를 뗐죠. 이 법안 이후 프랑스에선 합법적인 임신중절 수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법의 주역인 시몬 베이유는 3월 6일부터 발행된 프랑스의 새로운 10유로 센트 주화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국가 통계기관인 조사연구평가통계국(DREES) 자료를 살펴보면, 1990년부터 2022년까지 한 해 평균 21만 7,505건의 자발적 임신중절 수술이 집계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의 임신중절은 감소되었지만 2022년엔 24만 2,997건으로 증가했죠. 최근 33년 기간 중 최고 수치입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가장 임신중절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연령대는 20~29세로 분석됐어요.

1975년부터 프랑스에선 임신중절이 비범죄인데도 불구하고, 마크롱은 2022년 4월 재선에 성공하면서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왜 마크롱은 헌법에 임신중절권을 보장하려고 했던 걸까요? 비슷한 시기인 2022년 7월, 당시 유럽의회에서도 임신중절권을 ‘EU 기본권 헌장’에 포함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어요. 도대체 왜 유럽의회는 2022년 여름에 이 결의안을 채택한 걸까요?
 
Q. 프랑스 임신중절 그래프에서 점선의 의미는?

프랑스에선 국가보건데이터시스템(SNDS)을 활용해서 임신중절을 한 여성의 치료를 익명으로 추적, 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이용해 분석해 보니, 경우에 따라선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번의 임신중절이 기록된 사례도 발견됐습니다. 이 절차는 동일한 임신에 대한 합병증 관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에선 정식 통계를 계산할 때 제외하고 있어요. 다만 이 시스템이 갖춰진 게 최근인지라 2020년부터 수집이 가능해서, 그 데이터를 점선으로 표시한 겁니다. 과거 데이터(임신중절 전체 건수)는 파란색 선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프랑스와는 다른 길을 가는 미국

마크롱의 공약 선언과 유럽의회 결의안이 채택된 2022년 여름, 그보다 앞선 2022년 6월 미국에서는 49년 만에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어졌습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971년 성폭행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제인 로와 관련된 판결입니다. 물론 '제인 로'라는 이름은 가명이고요. 로는 임신중절 수술을 하고 싶었지만 텍사스 주의 병원은 거부하였고, 로는 텍사스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검사의 이름이 웨이드였기에, 이 사건을 '로 대 웨이드' 사건 혹은 판결로 부르죠.

당시 대법원은 7대 2로 임신중절에 대한 여성 권리가 사생활 보호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어요. 프랑스의 베이유 법이 만들어진 1975년보다 2년 빠른 1973년에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인정해 준 진보적 판결이 이뤄진 겁니다. 그런데 이 판결이 2022년 6월 24일 공식 폐기 됐어요. 마크롱 대통령은 이 사건을 보고 여성의 임신중절권을 아예 헌법에 명시하겠다고 약속을 한 겁니다. 참고로 판결이 뒤집어진 배경에 대해선 예전 <임신중절권 뒤집겠다는 미국, 어떻게 생각하나요?> 마부뉴스를 참고하길 바랄게요. 간단히 정리하자면 트럼프 집권 시기에 대법관의 보수화의 결과라고 할까요? 이 판결이 뒤집어지자 이제 임신중절권은 주 정부의 권한으로 넘어가버렸습니다. 공화당이 득세한 남부 주들은 판결 폐기에 환호했죠.
[ http://premium.sbs.co.kr/article/h6BmYGK-F- ]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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