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대 강타' 이강인, 선발로 풀타임 활약…PSG, 니스 3-1 꺾고 컵대회 4강 진출
[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다시 주전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PSG(파리생제르맹)는 14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쿠프 드 프랑스(컵대회) 8강전에서 OGC 니스를 3-1로 이겼다. 4강 진출이다.
쿠프 드 프랑스는 프랑스의 FA컵이다. 프랑스 축구리그에 소속된 모든 팀이 참가 가능하다. 우승 팀에겐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출전권이 주어진다. PSG는 통산 14회 우승으로 컵대회 역사상 가장 많이 정상에 오른 팀이다.
이강인이 선발로 나왔다. 두 경기 연속 선발.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풀타임 뛰며 존재감 있는 활약을 펼쳤다.
전반 14분 PSG의 선제골이 나왔다. 킬리안 음바페가 파비안 루이스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았다. 음바페는 침착하게 득점하며 골망을 갈랐다.
이어 전반 33분 추가골이 나왔다. 우스만 뎀벨레가 전방 압박하며 공을 뺏어 루이스에게 패스했다. 루이스의 추가골로 PSG는 2-0으로 달아났다.
니스가 만회골로 따라갔지만, PSG는 후반 15분 쐐기골로 더 도망갔다. 득점의 시작은 이강인이었다. 코너킥으로 비티냐에게 연결했고, 비티냐가 올린 크로스는 니스 수비수 맞고 루카스 베랄두에게 갔다. 베랄두가 헤더로 PSG의 세 번째 득점을 만들었다.
골은 되지 않았지만 이강인의 골대 강타도 있었다. 페널티박스 앞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이강인이 직접 찼다. 이강인의 슛은 골키퍼 소놔 골대를 차례로 맞고 나왔다.
이강인은 이날 슈팅 1회, 패스 성공률 87%, 기회 창출 1회, 태클 성공률 67%, 지상 경합 승률 45%를 기록했다.
아시안컵에서 돌아온 후 입지가 좁아졌던 이강인은 지난 6일 레알 소시에다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부터 존재감을 알렸다. 당시 PSG는 레알 소시에다드를 4-1로 이기고 16강에 올랐다.
이강인은 짧은 시간 부여된 기회를 확실하게 잡아챘다. 이강인은 요즘 출전 시간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뒤부터 확고한 주전으로 분류됐던 이강인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흔들리는 시간을 보냈다. 팀 복귀 직후 위궤양 증상으로 소시에다드와 1차전에 결장하더니 이후 낭트, 스타드 렌전에서는 선발 출전하고도 일찍 교체됐다. 급기야 지난 주말 AS모나코전에서는 선발에서 빠졌다.
한동안 이강인을 향한 혹평이 이어졌다. 1-1로 비겼던 렌전이 끝난 후 비판이 상당했다. 프랑스 매체 '풋 메르카토'는 "이강인이 미드필드에서 기대했던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기술적인 볼 처리가 엉성했다. 미숙한 상황 대처로 실망을 안겨 하프타임에 교체됐다"고 지적했다. '막시 풋'도 "이강인은 공격 전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나치게 신중하다 볼을 뺏겼다"고 했다.
프랑스 언론들의 지적이 궤를 같이하면서 이강인은 교훈을 찾았다. 소시에다드전에서도 출발은 벤치였다. 2경기 연속 선발 제외라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야 하락세를 막을 수 있었다. 이강인은 투입 10분 만에 번뜩였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패스를 받은 이강인은 가슴 트래핑 이후 지체없이 왼발 로빙 패스를 연결했다. 이강인 눈에 들어온 킬리안 음바페의 침투에 정확한 패스로 반응했다.
처음 보는 장면이 아니다. 이강인은 음바페의 속도를 살릴 줄 안다. 패스가 정확한 이강인은 지난해 10월 브레스트전에서도 음바페의 골을 도왔다. 그때도 지금처럼 음바페의 움직임을 예측해 상대 뒷공간으로 볼을 떨어뜨려주는 시야와 패싱력을 과시했다. 음바페의 골을 다시 도우면서 이강인은 가진 장점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 공격 포인트로 이강인은 개인 통산 챔피언스리그에서 처음 도움을 올렸다. 앞서 AC밀란과 조별리그에서는 골을 넣었다. 더불어 한국 선수로는 박지성, 이영표, 손흥민 다음으로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게 됐다.
UEFA도 공식적으로 이강인의 활약을 조명했다. 하루 전 공식 채널을 통해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나온 최고의 도움 장면을 골랐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골을 도운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백힐 패스로 어시스트를 한 오리 오스카르손(코펜하겐), 토마스 뮐러의 골을 도운 수비수 마티아스 더 리흐트(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이강인의 로빙 패스를 더했다.
총 4명의 후보 중 이강인이 이주의 어시스트로 꼽혔다. 이강인의 패스 정확도에 놀라는 눈치다. 자연스럽게 대외 평가도 호평으로 바뀌었다. 'PSG 컬처'는 "이강인이 음바페의 두 번째 득점을 훌륭하게 도왔다"고 칭찬했다. '르 파리지앵'은 "이강인의 완벽한 패스가 있어 음바페가 쉽게 득점할 수 있었다"고 기회를 창출한 이강인의 패스를 주목했다.
'90min' 프랑스판도 "이강인은 브래들리 바르콜라를 대신해 들어갔다. 차이를 만들지는 못했어도 자신이 가진 볼 키핑력과 패스 능력의 가치를 잘 보여줬다"고 조명했다.
직전 경기였던 지난 11일 스타드 랭스와 프랑스 리그앙 25라운드 경기에선 이강인이 선발로 돌아왔다. PSG는 2-2로 비겼다.
PSG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랭스를 상대로 이강인을 4-3-3 포메이션의 오른쪽 윙포워드에 뒀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킬리안 음바페를 벤치에 둔 점이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기정사실이 된 지금 음바페 없이 전력을 다지려는 의도가 보였다. 자연스럽게 이강인이 중심이 돼 공격을 풀어가야 했다.
이강인이 의지를 다질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이날 파리 생제르맹은 한글 유니폼을 새롭게 만들어 착용했다. 지난해 르아브르와 경기에서도 선수 전원 한글로 이름을 새기고 뛴 적이 있다. 이때도 이강인은 선발로 나섰다. 예상대로 이강인은 의욕적이었다. 전반 5분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 다닐루의 헤더를 유도했다.
이강인과 달리 파리 생제르맹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전반 7분 아슈라프 하키미가 골문 앞에서 볼 처리를 미루다가 오우마르 디아키테에게 볼을 뺏겼고, 마르샬 무네트시에게 실점했다.
빠르게 따라붙어야 했던 파리 생제르맹은 공세를 높였다. 전반 17분 곤살로 하무스가 코너킥 상황에서 슈팅했고, 유니스 압딜하미드 맞고 자책골이 되면서 이내 동점을 만들었다.
2분 만에 역전에 성공했다. 이강인이 크게 관여했다. 오른쪽에서 볼을 잡고 문전을 슬쩍 본 이강인은 날카로운 크로스를 연결했다. 상대 수비 맞고 하무스에게 흘렀고, 이를 정확한 슈팅으로 마무리해 2-1을 만들었다. 이강인의 어시스트는 아니었지만 장점인 왼발 킥력으로 랭스 수비를 당황하게 만들어 비중이 분명히 컸다.
파리 생제르맹은 더 달아날 기회가 충분했는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그러다 전반이 끝나기 전 디아키테에게 2-2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에도 이강인은 활발하게 움직였다. 랭스의 견제도 거세졌다. 후반 3분 이강인은 상대 강한 태클에 넘어지기도 했다.
이강인은 후반 18분 골을 노렸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직접 돌파에 성공한 이강인은 주발이 아닌 오른발로 기습 슈팅을 날렸다. 힘이 잘 실렸고, 방향도 괜찮았는데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남은 시간 이강인은 자유롭게 움직였다. 후반 28분 음바페와 우스만 뎀벨레가 들어오면서 이강인은 2선으로 내려가 볼을 더욱 많이 가지기 시작했다. 이강인이 활동 반경을 넓힌 가운데 파리 생제르맹은 음바페의 여러 슈팅에도 득점에 실패하면서 2-2로 마무리했다.
이강인은 오랜만에 파리 생제르맹 소속으로 풀타임을 뛰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다녀오고 처음이다. 이날 이강인은 슈팅을 시도한 2개 모두 유효 슈팅으로 만들었다. 드리블 돌파와 키패스도 각각 2개씩 기록했다. 볼 경합 승리도 6차례에 달했고, 피파울도 4개를 유도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이강인은 축구 통계 매체 '풋몹'으로부터 7.6점의 호평을 받았다. 이는 7.7점을 받은 워렌 자이르-에메리에 이은 팀 내 2위로 골을 넣은 하무스(7.5점)보다도 높은 평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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