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내세운 조국혁신당의 ‘지민비조’ 딜레마
총선 조커 될까? “중도층도 쌍끌이” vs “현 지지율이 한계”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조국혁신당이 총선 정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조국' 이름을 걸고 '검찰개혁', '정권심판' 기조를 선명하게 띄우며 '반윤(反윤석열) 연대'도 결집시키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전략을 내세워 더불어민주당과의 상생을 꾀하고 있다. 다만 신당의 얼굴인 조국 대표와 동맹 상대인 이재명 대표 모두 사법 리스크에 연루된 만큼, 총선 막바지까지 시너지가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른바 '조국의 강' 여파로 20대 유권자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20%대 돌풍' 중심에 있는 조국…이재명도 '웃음'
최근 조국혁신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례정당 지지율 15~20%대 성적표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 발표한 조사(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 응답률 14.4%, 95% 신뢰수준 ±3.1%p)에선 조국혁신당이 국민의미래(37%), 더불어민주연합(25%)에 이어 15%로 3위를 차지했다. 미디어토마토가 12일 발표한 조사(9일과 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 응답률 7.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에선 조국혁신당이 24.6%으로 더불어민주연합(23.3%)을 제치고 2등을 차지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특히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심도 흡수하며 '지민비조' 전략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62%는 비례대표 투표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을, 26%는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이 양분된 셈이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경우는 90%가 국민의미래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하며, 다른 제3지대 당들이 반사이익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지지층을 두고 '제로섬 게임'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오히려 양당이 전략적으로 협업하면서 서로에게 '윈윈'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의 약점을 조국혁신당이 보완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계파 공천' 후폭풍으로 새로운미래나 개혁신당으로의 이탈이 예상됐던 민주당 표심을 조국혁신당이 흡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국혁신당이 이른바 '반윤 연대 파이'를 확장시키면서, 조국 대표를 대하던 민주당의 태도도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당초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은 '조국의 강'을 건너겠다며 조 대표와 거리두기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이해찬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지난 12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조만간 조국혁신당 분들과 만나 대화하고 조율하는 기회를 가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20대, 조국혁신당 지지 0%…'더블 사법리스크' 부메랑 우려도
정치권에선 조국혁신당이 당명에서부터 '조국'을 내세우며 '검찰정권 심판론' 기조를 선명하게 한 점이 돌풍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해 조 대표도 12일 기자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나, 최근 자당 지지율이 급등한 이유에 대해 "지난 윤석열 정권 2년 간 무능·무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울분이 쌓여있었는데, 그 마음을 조국(혁)신당이 받아 안고 윤석열 정권에 대해 그 실정과 비리를 맨 앞장서서 주장하고 폭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국혁신당 내부에선 정권심판론에 분노한 '중도층'까지 끌어 모았다는 자평도 나온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13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중도층 민심이 기존에는 개혁신당과 함께했다가 조국혁신당이 훨씬 선명하다는 걸 보면서 옮겨온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른 조국혁신당 실무 관계자도 통화에서 "민주당 지지층만 조국혁신당에 모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중도층이 선명하고 개혁적 기치를 올리고 있는 조국혁신당으로 뭉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선 '지민비조' 기조가 총선 막바지까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위 '야권 파이'의 한계가 뚜렷한 만큼, 더 이상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이나 제3지대로부터 가져올 표심이 없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 시점에서 조국혁신당 구성원들은 민주당에서 이탈한 친문(親문재인)계 인사들이 대부분"이라며 "결국 지금 지지율이 최대치고 더 이상의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법리스크에 연루된 '조국' 대표를 전면에 앞세운 것이 오히려 당의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협업 파트너인 이재명 대표도 함께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이른바 '더블 사법리스크' 프레임으로 몰릴 우려도 있다. 관련해 새로운미래 핵심 관계자는 "지난 5일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가 손을 잡는 모습이 마치 '서로 방탄을 위해 손을 잡는 것'처럼 비쳤다"며 "도덕성에 민감한 중도층의 표심이 옮겨갔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11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메시지가 확실해도 당대표가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고 구속 등의 상황에 처하면 굉장한 혼란이 올 것이다. 지지율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대한민국 사법 체계를 부정하는 격인만큼, 동력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런 불확실한 정당을 국민들이 지지했다가 실망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의 캐스팅보터로 불리는 20대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도 숙제로 지목된다. 자녀의 학업 비리 의혹에 휘말린 조 대표를 향해 '공정'이라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20대가 비판적 인식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투표 의향 등에서 두 자릿수를 얻으며 적지 않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지만, 18∼29세(20대)에서는 철저히 외면을 받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갤럽이 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응답자 125명 가운데 조국혁신당을 선택한 이는 없었다. 30대에서는 1%에 그쳤다. 이는 70대 이상(3%)보다도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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