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만 찍으면 ‘작전수행’ 척척… 첨단 무인車, 세계 방산시장 진격[2024 K-Industry 글로벌로 다시 뛴다]

김성훈 기자 2024. 3. 1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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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K-Industry 글로벌로 다시 뛴다 - (11) 한화
군수품 지원·전투 기능 등 갖춘
다목적군용車‘아리온스멧’개발
통신 끊겨도 자율복귀 가능하고
총성탐지로 탄환궤도 추적 반격
김지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무인복합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지난 4일 경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판교 연구·개발(R&D) 캠퍼스 옆에서 아리온스멧 원격주행을 시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성남=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원격주행, 자율주행, 좌표만 있으면 알아서 길을 찾는 탐색주행에 총성탐지장치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지능형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Arion-SMET)’을 앞세워 세계 방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세계 수준의 차세대 무인체계 및 유·무인 복합운용체계 기술을 기반으로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낸다.

지난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판교 연구·개발(R&D) 캠퍼스. 건물 옆 인도에 경차만 한 실물 아리온스멧이 주차돼 있었다. 아리온스멧은 길이 3m, 폭 1.5m, 높이 1.6m로 기아 모닝과 비슷한 크기지만, 갖춰야 할 것은 다 갖췄다. 총탄을 맞아도 주행할 수 있는 바퀴 6개를 달았고, 30㎝ 높이 장애물도 넘어갈 수 있다. 비포장길에서 최고 시속 34㎞로 달리며, 40kWh 배터리를 탑재해 한 번 충전으로 1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

아리온스멧에는 운전석이 없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무인복합연구센터의 김지훈 선임연구원이 원격통제장치(RCU)를 작동하자 아리온스멧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1.1㎞ 떨어진 곳에서도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치 RC카(무선조종 모형자동차)처럼 전진·후진 등을 자유롭게 시킬 수 있었다. 전기차이므로 조용하다. 몇 m 멀어지자 전동모터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적외선 탐지에 엔진 발열이 걸릴 일도 없다. 적에게 들키지 않는 데 유리하다.

아리온스멧은 자율주행도 가능하다. 차체 전면에는 카메라는 물론 라이다(LiDar) 센서까지 달려있었다. 앞에 가는 병사나 차량을 따라가는 ‘선행추종 자율주행’은 기본이고, 주어진 경로점(웨이포인트)을 따라 스스로 운행할 수도 있다. 센서를 통해 이미지를 인식하고 내장된 컴퓨터의 인공지능(AI)으로 길인지, 사람인지, 다른 차량인지 등을 구별할 수 있다. ‘지능형’이란 표현이 붙은 이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판교 연구·개발(R&D) 캠퍼스 전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더 나아가 ‘탐색주행’ 기능까지 탑재했다. 아리온스멧이 작전을 수행할 야지(野地)에는 차선도, 표지판도 없다. 적지에 처음 들어가는데 정밀지도 데이터가 있을 리도 없다. 이런 조건에서도 좌표만 찍어주면 알아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게 탐색주행이다. 이에 더해 산악지형 등에서 통신이 끊겨도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스마트 자율복귀’ 기능도 갖췄다. 서영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는 “자율주행 기술력은 독일 등 경쟁사와 견줘도 동급이거나 우리가 더 뛰어나다”며 “카이스트와 함께 개설한 연구센터 ‘오토노미 허브’에서 적군의 전파교란에도 위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항(抗)재밍(Anti-Jamming)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칭의 앞부분 ‘아리온’은 ‘지능형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자율 및 로봇 시스템’(Autonomous and Robotic systems for Intelligent Off-road Navigation)의 약자인 동시에,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신마(神馬)의 이름이기도 하다. 서 전무는 “아리온은 항상 장수를 보호하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한다”며 “병사를 보호하며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다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뒷부분 ‘스멧’은 ‘소형 다목적 장비 수송차량’(Small Multipurpose Equipment Transport)이란 의미다.

아리온스멧은 크게 지원과 근거리 전투 등 2가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됐다. 지원 임무는 식량·탄약 등을 운반하거나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적재중량이 550㎏에 달한다. 전투 기능의 핵심 장비는 차체 윗부분에 달린 ‘총성탐지장치’다. 탄환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파악해 반격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각국 군대가 사용하는 탄환의 음압이 다르기 때문에 아군과 적군의 총성을 구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첨단기술을 앞세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하와이에 있는 미 해병대 훈련장에서 일주일간 해외비교성능시험(FCT)을 진행했다. 국내 방산기업의 무인차량이 미군 FCT를 치른 것은 처음이었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미국 무인 소프트웨어 업체 ‘앤듀릴 인더스트리즈’ 등과 함께 미 육군의 소형 다목적 무인차량 2차 사업에 입찰 제안서를 냈다. 회사 관계자는 “중동,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지의 국가와 호주에서도 한화 무인체계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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