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득표’ 5선 노리는 푸틴… 스탈린 ‘29년 집권’ 뛰어넘나[Global Focus]

이현욱 기자 2024. 3. 1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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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 러시아, 내일부터 사흘간 선거 돌입
여론조사서 압도적 차이로 1위
서방제재에도 경제성장률 개선
국민 우크라戰 지지세 등 한몫
당선 땐 30년 집권 가능해져
美 등과 대립 더 첨예해질 듯
그래픽 = 전승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5∼17일 진행되는 대선에서 5번째 집권의 길로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다수 러시아 국민은 여전히 ‘강한 러시아’라는 기치를 내세운 푸틴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의 제재 강화로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수록 강력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더 단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새 임기를 채우면 총 집권 기간은 30년으로 늘어나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기록(29년)도 뛰어넘게 된다.

◇푸틴 재선 기정사실화…득표율·투표율 최고치 경신하나 = 지난 11일 친정부 성향인 러시아여론조사센터 브치옴은 대통령 선거의 예상 투표율은 71%,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은 8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와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가 나란히 예상 득표율 6%로 공동 2위에 자리했다. 러시아 자유민주당의 레오니트 슬루츠키의 예상 득표율은 5%다.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독주를 막을 만한 경쟁자가 없다는 의미다. 후보 3명은 공통적으로 푸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등 머릿수 채우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항력 있는 야권 인사들이 출마하려 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각종 이유를 들어 후보 등록 자체를 막았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알렉세이 나발니는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지난달 16일 돌연 의문사했다.

지난 11일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 마련된 대선 사전투표소에서 러시아 군인이 투표용지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투표함에 넣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AP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으로선 대선 승리는 이미 따 놓은 당상이다 보니 시선은 투표율 및 득표율로 쏠리고 있다. 투표율과 득표율이 지난 2018년 대선보다 저조하면 푸틴 대통령이 그리는 ‘모두의 대통령’ 이미지 구축과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 확보에 흠집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대선 투표율은 67.54%였고, 당시 푸틴 대통령은 역대 최고인 76.69%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미국외교협회(CFR)는 “(이번 대선은) 푸틴에게 승리만으로 결코 충분하지 않다. 푸틴은 자신이 러시아 정치 시스템의 주인임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와 그의 지지자들이 “17일 정오 투표소에 나와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자”고 촉구하는 상황이 득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변수다. 나발나야는 투표소에서 푸틴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투표지에 나발니 이름을 적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맞서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의 추모 장소에 꽃을 놨다는 이유만으로 400여 명을 체포하는 등 푸틴 정권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이들을 줄줄이 체포·수감하고 있다. 러시아 독립 인권 단체 OVD-인포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전 시위로 약 1만5000명의 시민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서방 압박 속 경제·전쟁 성과가 러시아 내부 단합과 푸틴 지지로 이어져 = 푸틴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정적을 제거하고 여론을 통제해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경제다. 러시아 경제는 서방의 제재에도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경제는 2.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럽의 예상 성장률인 0.9%를 웃돌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1.2%)보다 크게 반등한 수치다. 실업률은 지난해 10월 2.9%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올해 러시아 정부의 예산 지출 계획은 2018년의 약 2배에 달하지만, 세금과 석유 수입이 계속 들어오면서 재정적자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밀 등 핵심 원자재를 자급자족하는 한편 서방의 제재를 피해 수출도 이어가며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인도에 에너지 수출 규모를 대폭 늘렸다. 무기, 탄약 등 군사물자 생산이 증가한 것도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중앙은행 목표치인 4%보다 높은 7%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문제지만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6%까지 인상해 물가에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눈에 띄는 전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도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최대 격전지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이우카를 점령하는 등 기세를 몰아 우크라이나 영토를 야금야금 러시아 영토로 귀속시키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가 의회에서 막힌 틈을 타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국민들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푸틴 대통령을 대체할 만한 리더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러시아 국민이 75%를 넘는 점도 푸틴 대통령에게는 힘이다. CFR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처음에는 푸틴의 전쟁이었다면, 지금은 러시아의 전쟁이 됐다”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 단합을 도모했다는 해석이다.

푸틴 대통령의 집권 5기 출범 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러시아는 서방을 상대로 인터넷과 SNS를 수단으로 삼는 ‘하이브리드 전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로서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도 점차 줄어들고 있어 전황이 더 불리해질 수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지원이 없다면 올해 여름쯤 우크라이나가 패배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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