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거대한 조직 '회장' 신설로 기회 열어…"기업가치 높아질 것"
유한양행이 오는 15일 주주총회를 열고 회장·부회장직을 신설한다. 회장·부회장 직급을 만드는 건 30여년 만이다. 일각에선 회장직 신설을 두고 특정인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란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사장이 2명, 부사장이 6명이며 계열회사는 18개, 투자사는 54개사에 이를 정도로 회사가 커져서 기업 위상 제고를 위해 직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유한양행 측 설명이다. 또 특정인을 염두에 둔 회장직 신설이 아니며 회사 발전에 필요하다면 외부 인사를 회장·부회장으로 영입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오는 15일 오전 10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요 안건은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과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김열홍 유한양행 R&D(연구개발) 사장 △신영재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 △김준철 다산회계법인 회계사 등 5명의 이사 선임과 △회사 내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이다. 또 대표이사 사장은 대표이사로 변경해 추후 대표이사 사장이나 대표이사 회장 또는 부회장이 대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일부 직원 등은 회장직 신설이 기업 사유화 대신 사회 환원 책임을 강조한 창업주 유일한 박사의 뜻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특정인이 회장직까지 차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그러나 유한양행은 특정인 회장 선임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사유화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유한양행은 1969년부터 지속돼온 전문경영인 체제에 따라 주요 의사 결정 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가 사내이사보다 많고 감사위원회제도 등 투명경영시스템이 정착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총에서 회장·부회장 직제 신설 안건 통과 이후 외부에서 회장, 부회장을 영입해올 수 있다고도 했다. 이른바 유일한 정신이 기업의 사유화를 막는 것이라면, 회장 직제를 신설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단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이 매출 2조원에 가까울 정도로 성장하면서 부문별 사장 자리를 통해 핵심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적절한 직제 개편을 통한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지난해 종양분야 학계 권위자를 R&D 부문 사장으로, 글로벌 BD(사업개발) 전문가를 부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며 "인재 영입시 상위 직급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향후 지속적인 외부 인재 영입이 늘어날 전망이고 조직구조에 적절한 조정과 확대에 대한 유연성이 필요해 정관을 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회장직 신설은 기업의 장기적인 전략에 부합해 조직의 효율성과 성과 향상에 기여할 것이란 판단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투자사는 물론 상업 영역 확대와 역량 강화를 위한 자회사 확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환경 변화에도 빠르게 대처하는 한편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경영 컨트롤 타워가 필요할 때"라며 "이를 위해서는 다소 편협하게 규정돼 있는 정관의 개정 역시 미래 준비를 위해, 조직 내부 구조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유한양행의 계열사는 18개이고 최근 10년간 유한양행은 54개사에 6024억원을 투자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2년 뒤 100년 기업을 목전에 두고 빠른 시일 내 글로벌 50대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 아래 다각적인 성장 발전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이번 회장·부회장직 신설은 유한양행의 비전인 '그레이트&글로벌(Great&Global)'과 세계 50위 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기업의 위상을 제고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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