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日 ‘역사봉쇄’ 가속화”

강구열 2024. 3. 1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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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완료된 군마현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가 일본 사회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역사 봉쇄'의 한 사례가 되었다는 현지 지식인의 비판이 제기됐다.

조각가이자 평론가인 오다와라 노도카씨는 14일 아사히신문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추도비 철거를 "부정적인 역사를 없던 일로 하려는 역사수정주의에 행정이 접근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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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완료된 군마현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 철거가 일본 사회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역사 봉쇄’의 한 사례가 되었다는 현지 지식인의 비판이 제기됐다. 

조각가이자 평론가인 오다와라 노도카씨는 14일 아사히신문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추도비 철거를 “부정적인 역사를 없던 일로 하려는 역사수정주의에 행정이 접근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일본 군마현 조선인 노동자 추도비의 철거 전후 모습. 교도연합뉴스
오도와라씨는 군마현이 추도비 설치연장을 불허한 것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던 2017년 이후 이 문제와 관련된 활동을 해왔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추도비가 왜 이곳(군마의 숲)에 만들어지고, 철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시민들 사이에서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본에는 전쟁박물관와 같은 시설이 적어 부정적 역사에 접근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며 “추도비 철거는 전쟁 중에 동원된 조선인 희생자가 드러나는 걸 허용하지 않아 ‘역사가 지워질 수 있다’는 전례가 되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비석이나 조각은 공공공간이 가진 역사성을 드러낸다”고 전제하며 “조각상이나 조형물이 해당 공간에 대해 말해야만 하는 게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추도비 철거는 민주적 공공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규정했다. 일본 사회 내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원자력발전소나 천황(일왕), 위안부도 (자유롭게 표현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확실이 있다”며 “역사봉쇄가 도미노처럼 일어나고, 가속화되고 있다는 인상”이라고 비판했다. 

추도비는 일본 시민단체가 한반도와 일본 간 역사를 이해하고 양측 우호를 증진하기 위해 2004년 설치했다. 앞면에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는 문구가 한국어·일본어·영어로 적혔고, 뒷면에는 “조선인에게 큰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의 사실을 깊이 반성,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명한다”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군마현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6000여 명이 강제동원돼 노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마현 당국은 2012년 추도비 앞에서 열린 추도제에서 ‘강제 연행’이란 표현이 있었다는 점을 문제삼아 설치 허가 갱신을 거부했고 재판까지 이어지는 논란 끝에 지난 1월 31일 철거를 끝냈다. 

추도비 철거가 과거사 왜곡, 부정 움직임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현실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복 차림 여성 등을 비꼬았던 스기타 미오 자민당 의원은 추도비 철거 뒤 자신의 SNS에 “일본에 있는 위안부나 한반도 출신 노동자의 비 또는 동상도 이 뒤를 따랐으면 좋겠다. 거짓 기념물은 일본에 필요하지 않다”고 망언을 일삼았다. 극우 성향 산케이신문은 사설에서 “공원의 중립성을 위협하는 정치활동으로 군마현이 추도비를 철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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