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3·4번까지 노리는 거대양당…현역의원 꿔주기·밀실공천 ‘꼼수’ 난무
당적 옮겨도 의원직 유지
후보선정 촉박하게 하면서
입후보자 명단도 비공개로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이 투표용지에서 앞 순서를 받게 만들기 위해 이번주부터 현역 비례대표 의원을 빌려주는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13일 오후 윤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현역 의원 8명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앞서 당의 이적 요청을 수락한 우신구·김근태 의원 등이 명단에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15일 열리는 화상 의원총회에서 최종 의결을 거치면 해당 의원들에 대한 제명이 확정된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구 의원과 달리 탈당시 의원직을 상실한다. 반면 소속 정당에서 제명 절차를 거치면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당적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편법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제명 후 곧바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로 입당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미래는 기호 4번을 노리고 있다. 지역구 투표와 비례대표 투표에서 나란히 두 번째 칸을 확보하는게 선거 전략상 유리하기 때문이다. 원내 1·2당은 비례 후보를 내지 않기 때문에 3번이 비례 투표에서 첫 번째 칸을 차지한다. 국민의힘은 원내 의석수에 따라 기호가 배정되는 것을 감안해 녹색정의당(6명)보다 많은 현역 의원을 국민의미래에 배치했다.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신청을 받으면서 신청자 명단을 모두 공개하지 않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의힘의 경우 신청자 530명 중 5분의1에 가까운 112명이 비공개 신청자로 분류돼 이름·나이·대표경력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총 192명의 신청자를 받았고 이중 43명이 면접을 봐 20명의 추천대상자가 추려졌다고 밝혔을 뿐이다.
앞서 지역구 공천 예비후보 신청 때도 국민의힘은 총 849명의 신청자를 받으면서 따로 9명은 신상 비공개 대상으로 돌린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지역구에선 신청자 명단을 전부 공개했다.
양당의 이러한 비공개 신청 접수 관행이 시민사회나 언론 등의 검증 절차를 차단하고, 소수 당 지도부에 의한 ‘밀실 공천’ 관행을 강화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몇몇 전현직 의원들에 따르면 실제로 과거 공천에서 당 지도부가 전략공천용 ‘깜짝 카드’로 쓰기 위해 몇몇 신청자들을 비공개로 신청하도록 조율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는 여러 개인적 사유로 공천 신청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일부 인사들도 비공개 신청 제도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비례대표제 도입의 취지는 소수자·직능 대표성 강화이므로 해당 비례대표가 대표하고자 하는 사회 집단의 의사가 반영되게끔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금 같은 ‘깜깜이’ 공천 관행이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당의 유불리에 따라 이용당하도록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천 신청자들의 외연 확대나 문호 개방을 위해 비공개 신청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예를 들어 공직에 있는 분이 출마하고자 할 때 미리 신상이 공개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공개 신청 제도를 이용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당 입장에서는 다양한 배경의 신청자들을 최대한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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