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 "의료개혁 목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에디터 2024. 3. 1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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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의-정, 국민이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입을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치 국면을 풀고 파국을 막을, 보건 의료계 인사들의 긴급 제언을 집중 연재합니다.]

정부는 의대입학정원을 대폭 늘려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살리는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매일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정작 미래의 한국의료를 책임지고 현장에서 평생 일해야 할 젊은 의사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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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_전문가 릴레이 칼럼]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연구사업단(PACEN) 단장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의-정, 국민이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입을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치 국면을 풀고 파국을 막을, 보건 의료계 인사들의 긴급 제언을 집중 연재합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연구사업단(PACEN) 허대석 단장

정부는 의대입학정원을 대폭 늘려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살리는 의료개혁을 하겠다고 매일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정작 미래의 한국의료를 책임지고 현장에서 평생 일해야 할 젊은 의사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사태뿐만 아니라, 지난 수년간 발생했던 간호법, 원격의료, PA문제 등을 살펴보면, 한국의료를 유지하는 기본 제도의 틀로는 더 이상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의료제도의 기본이 되는 법안은 의료법 (1952년 제정), 국민건강보험법 (1963년 제정) 등이다. 이 법안들은 사회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이 추가되어 누더기 법안이 되어있다. 2000년에 '보건의료기본법'이 제정되었으나, 제정 이후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건의료발전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켬퓨터와 비교하면, 기본 운영체계 (operating system)가 수십년전의 틀에서 더 개선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첨단 주변기기나 응용 소프트웨어들이 빠른 속도로 현장에 도입되다 보니, 도처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한 상태와 유사하다.

한 국가의 의료제도를 운영하는 의료체계에는 두 가지 대표적인 틀이 있다. 미국의 경우, 의료수가는 시장논리에 의해 결정하고, 의료기관 선택권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반면 영국 등 유럽의 국가들은 의료수가를 통제함과 동시에, 국민의 의료기관 선택권에도 제한을 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가 의료수가를 통제하지만, 국민들의 의료기관 선택권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 틀로는 한 국가의 의료제도를 영속적으로 지탱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왜냐하면, 최저 비용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받기 원하는 인간의 욕구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개혁을 하려면 목표점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어떤 의료를 원하는지? 이를 위해 국가가 어떤 틀의 의료 운영체계를 갖추는 것이 합리적인지?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운영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국민-의료인 각각이 지켜야 할 의무와 권리가 균형되게 정리된 새로운 사회적 계약이 필요하다. 의료공급자의 일방적 희생에 바탕을 둔 정책을 강요한다면, 그 제도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짧은 시간에 구체적인 방안을 완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먼 길을 가려면 함께 가야 하는데, 함께 갈려면 서로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부터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의료사태가 이런 논의를 통해 한국의료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허대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연구사업단 단장

에디터 코메디닷컴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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