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8개월의 긴 싸움’…리스크 관리에 달렸다

한겨레 2024. 3. 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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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바이든-트럼프 재대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조지아주 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손을 들고 있다. 롬/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전이 딱 절반의 지점에 도달했다. 지난 3월5일 ‘수퍼 화요일’을 지나면서 총 25개주에서 경선이 끝났다. 일찌감치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로 결정이 났다.

지난 2월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경선이 끝난 직후부터 최근까지 유력한 여론조사기관들이 미국 대선의 승부를 가르는 6곳 경합주에서 트럼프와 바이든 양자대결로 지지율을 조사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오차범위 밖으로 밀리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금 선거를 치른다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난제와 씨름하고 있다. 앞으로 8개월의 긴 선거운동에는 아직 변수가 많다.

2020년 바이든은 미 전역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블랙 라이브스 매터(흑인 생명도 중요하다) 운동’이 바이든을 지지했기 때문에 트럼프에게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의 그 표가 바이든으로부터 점점 이탈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에서 바이든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지지하고 옹호하는 것에 대한 미국 내 아랍계(무슬림) 유권자 집단의 저항이 바이든에 대한 집단적 이탈로 나타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지난 2월27일 미시간주 프라이머리에서 민주당 유권자중 15%(12만여표) 이상이 바이든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미시간에서의 12만표 이탈은 바이든에겐 가히 충격적이다. 미시간에선 2016년 트럼프가 힐러리를 간신히 이겼고, 2020년에는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1만2천표 차이로 겨우 이겼다. 미시간은 대통령 당선의 승부를 가른 곳이다. 게다가 무슬림 유권자들은 젊은층(MZ세대)과 흑인, 그리고 소수계의 표를 견인하는 특징이 있다. 미시간에 이어 지난 5일 수퍼화요일에 경선이 진행된 곳들 가운데 비슷한 현상이 미네소타 매사추세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나타났다. 노스캐롤라이나는 1%내로 승부가 갈리는 미국 대선의 6곳 경합주 가운데서도 가장 치열한 승부처다. 경합주에서의 지지층 이탈은 81살인 바이든의 고령 문제와도 비교할 수 없는 치명적 위험 요소다. 지지층 이탈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11월 본선거 전까지 바이든 진영의 가장 큰 숙제다.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 진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압도적인 경선 승리 성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공화당원들은 트럼프 편에 집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보였다.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예비경선 출구조사에서 해일리를 지지한 유권자 상당수가 ‘굳이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답했다. 버지니아는 35%, 노스캐롤라이나는 23%다. 수퍼화요일 다음날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니키 해일리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트럼프가 포용하는 것은 “그가 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버몬트를 제외한 거의 모든 주를 휩쓴 압도적 승리로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지난 5일 밤, 프로리다 마라라고의 대형 연회장에 모인 수백명의 열성 지지자들 앞에 나타난 트럼프는 이전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막말과 욕설이 없었고, 늘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광분하는 연설이 고작 20분의 톤 낮은 연설로 바뀌었다. 두 달 동안 속을 썩힌 니키 해일리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단합(Unity)”이란 단어가 나왔다. 그는 “우리는 단결을 원하고 단결할 것이다, 그것은 매우 빠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욕설 섞인 막말로 상대편을 사정없이 비방하는 트럼프의 연설이 아니었다. 의정활동을 거의 포기하고 트럼프 유세를 줄줄 따라다니는 프로리다 출신 하원의원 ‘바이런 도널드(Byron Donalds)’는 이날 기자와의 대화에서 “이제 냉정한 마음이 승리할 것이다. 피자냐, 치킨윙이냐를 고를 겨를이 없다 두 가지 다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했다.

수퍼화요일 출구조사에서 공화당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이민’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난민을 돌려보내야 하고 서류미비자들을 출신 국가로 추방해야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이민 문제에 핏대를 높이는 이유다. 트럼프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군사력을 사용해서 대규모 추방작전을 감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바이든은 여전히 미국 민주주의의 회복과 지도력의 도덕성을 말하고 있다. 수퍼화요일에 바이든은 “트럼프는 집권 동안 미국을 혼돈, 분열, 어둠 속으로 끌고 갔다. 지금도 트럼프는 불만과 고뇌에 이끌려 미국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복수와 보복에 초첨을 맞췄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여성의 권리를 빼앗고 부유층을 위해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감면하기로 그가 결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허약함(“기억상실증”)과 이민(“국경과 난민”)과 이스라엘 분쟁(민주당 내 진보세력 간의 갈등 조장) 이슈를 공격한다.

현직 바이든의 최대 약점이 바이든의 고령으로 인한 허약함이라면, 트럼프의 결정적 변수는 갖가지 범죄혐의로 진행 중인 재판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다. 경합주의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층의 53%가 만일 유죄 판결이 날 경우에 그를 찍지 않겠다고 답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다시 들어가려면 무죄를 받거나 재판 일정을 선거 후로 미뤄야만 한다. 트럼프에겐 민·형사로 고발된 것이 95가지에 이른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판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당장에 3월 말까지 거의 5억달러를 내놓아야 한다. 지난 5일 ‘뉴욕타임즈’는 플로리다에서 트럼프가 일론 머스크를 만났고, 뉴욕으로 돌아온 머스크는 “그에게 줄 돈은 없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급전이 필요한 트럼프의 발버둥이다.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지난 1일 미시건주 워런에서 이곳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런/AP 연합뉴스

그가 맨하탄에 소유한 모든 부동산을 은행에 담보로 잡히고 채권을 발행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진 캐롤이 20년 전의 성폭행과 명예훼손 건으로 그를 고소한 사건에서 뉴욕 연방법원 판사는 트럼프에게 벌금과 이자까지 합해서 9160만달러를 내라고 명령했다. 집행기일을 연기하거나 항소하려면 그 이상의 보석금을 준비해야 한다. 금액이 과하다는 이의 신청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밖으로 공개되지는 않지만, 급전을 구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트럼프의 신세가 말이 아니다란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중에 저지른 미국 의회 폭동 사주 등 4가지 형사사건에 대해 트럼프가 면책특권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대법원은 선거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 90건이 넘는 민· 형사상 고소사건들은 사실 트럼프의 인생이 탈탈 털리는 일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우선 돈이 핵심이다.

지난해 11월 말 트럼프는 공화당전국위원회(RNC)의 로나 맥다니엘(Rona McDaniel) 위원장을 플로리다로 불렀다. 자신이 공화당의 후보이니 공화당의 돈을 써야겠다고 요구했다. 맥다니엘이 “경쟁 후보가 있는데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망설이자, 트럼프는 그녀에게 위원장 자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12월에 맥다니엘이 사임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와 공화당내 트럼프 충성 1인자인 노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위원장 마이클 와틀리(Michael Whatley)를 공동의장으로 내정했다. 트럼프가 니키 해일리가 경선을 포기하지 않는 동안 애를 태운 이유다.

니키 해일리의 경선 포기를 기다린 트럼프는 지난 8일이 되어서야 공화당전국위원회 지도부를 갈아 치웠다. 선거자금 모금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재판비용을 이 돈으로 쓰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속내다. 반대 의견이 없지 않지만 전적으로 의장과 사무총장의 권한이다. 위원회의 운영책임자인 사무총장엔 트럼프 캠페인 수석고문인 노회한 로비스트 출신의 크리스 라시비타(Chris LaCivita)를 임명했다. 충성서약 1번과 며느리가 공동의장이고 운영책임자가 트럼프 캠프의 좌장이다. 비로소 트럼프는 공화당 기구를 확고하게 장악했다. 공화당전국위원회의 돈을 마음대로 쓰겠다는 속내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긴 선거운동 기간을 지나야 한다. 보통 7월이나 8월 전당대회에서 당의 공식 후보로 지명되고, 11월 대선까지 길어야 2개월 반 동안 선거운동을 했다. 이번엔 양자 대결로 8개월 이상을 싸워야 한다. 캠페인 당사자들에게 8개월은 8년 이상이다. 누가 차기 백악관의 주인이 될지를 지금 예측하기엔 럭비공 같은 변수가 너무 많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경합주의 미디어 산업이 대목을 만났다는 것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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