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김동준 "종방연 때 다같이 울어…현장 분위기 좋았습니다"[인터뷰]

김현식 2024. 3.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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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 역 맡아 1년간 촬영
"인간 김동준 성장시킨 작품"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문경 세트장에 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하하.”

가수 겸 배우 김동준은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종영 소감을 묻자 이 같이 답하며 웃어 보였다.

‘고려거란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 장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김동준은 현종 역을 맡아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약 4개월간 시청자들과 만났다.

방송 기간은 4개월이었지만 촬영 기간은 무려 1년이었다. 김동준이 인터뷰를 진행한 12일 아침까지 경상북도 문경에 꾸려졌던 ‘고려거란전쟁’ 세트장을 떠올린 이유다. 김동준은 “작품과 함께 사계절을 보냈다. 문경에 있는 모텔에서 잠을 자고 촬영장으로 향하곤 했다”면서 “긴 시간 촬영한 작품이라 배우 및 스태프들과 전우애 같은 것도 생겼고, 종방연 땐 다같이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동준의 기억 속 ‘고려거란전쟁’은 전우애 넘쳤던 현장이었다. 그런데 작품 종영 이후 공동 연출자인 전우성 PD와 김한솔 PD 간의 갈등 때문에 일부 장면이 편집됐다는 설이 나돌고, 이에 대해 제작진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혼란한 상황이 펼쳐져 논란이 됐다.

관련 물음에 김동준은 “보고 저도 놀랐다. 현장 분위기는 좋았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아울러 김동준은 불화설에 휩싸인 PD들에 대해 “두 분다 너무 좋아했던 분들이다. 작품에 대한 애정도 어마어마하신 분들이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동준은 강감찬 역을 맡은 최수종의 솔선수범 면모를 끈끈하고 훈훈했다는 현장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비결로 꼽았다. 김동준은 “모든 배우 및 스태프들에게 너무나 상냥하셨고, 배려심도 넘치셨다. 인상을 쓰신 적도, 촬영에 늦으신 적도 없고, 심지어 NG도 없으셨다”면서 “덕분에 모두가 웃으며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모두가 지쳤을 때, 수종 선배님이 검차 위에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신 적도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진짜 군사들을 이끄는 리더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항상 모범을 보이시는 선배님이 계셨기에, 날이 선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극 장인’으로 통하는 최수종은 김동준에게 참고서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김동준은 “같이 촬영 때마다 선배님께 조언을 구했다. 죄송할 정도로 조언을 자주 구했는데 항상 잘 받아주셨고 제 의견을 반영해주시기도 했다”면서 “저에게는 아버지이자 은인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고려거란전쟁’은 군 전역 후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김동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김동준은 “제 인생을 통틀어 열정이 가장 넘쳤을 때 만난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담감이 큰 작품이었지만,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함께하며 잘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 인간 김동준이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연기를 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현종이 성군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잘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었단다. 김동준은 “시간이 흐를수록 발성이 달라질 수 있도록 하는 데 특히 신경을 많이 썼고, 변화의 폭이 잘 보여지도록 극 초반에는 ‘난 왕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미숙해 보이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아울러 김동준은 “후반부에는 좀 더 날카롭고, 어른스러워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살도 뺐다”면서 “마지막 촬영 땐 작품에 들어가기 이전보다 8kg 정도 빠진 상태였다”는 얘기도 꺼냈다.

극 초반 일각에서 제기한 연기력 논란, 중반부 이후 쏟아진 작품을 향한 비판 여론 등은 어느 때보다 열정 넘치는 자세로 작품에 몰입한 김동준을 흔들지 못했다. 김동준은 “무언가에 흔들리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주어진 씬을 설득력 있게 잘 만들어내는 게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요즘 어딜 가든 ‘폐하’라는 말을 듣는다는 김동준. 이젠 ‘고려거란전쟁’과 현종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작품, 새로운 캐릭터를 찾아나서야 할 때다. 아직 차기작을 정하지 않았다는 김동준은 “1년간 현종으로 살았으니, 현종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찾아뵙고 싶다”고 했다. 혹시 곧바로 또 다른 사극물을 할 생각도 있냐는 물음에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런 답을 꺼내며 웃어 보였다. “사극도 부르면 해야죠.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니까요.”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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